최정희씨 母子의 힘겨운 하루나기

지체 1급 장애인 최정희(46·포항시 북구 학산동)씨와 외아들 박정민(22)군 모자(母子)는 하루하루를 참으로 힘겹게 살고 있다.

최씨는 4일 오후 오래간만에 집을 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평소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자주 병원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포항의료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주위의 도움을 받아 택시에 휠체어를 실었다.

최씨는 아들 정민군이 7살 되던 해 남편과 헤어지면서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그녀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살아가는 지체 1급 장애인이 된 것. 이때부터 이들 모자의 운명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지금껏 15년 째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간호하며 지내온 정민군 마저 설상가상으로 중학교 3학년때 허리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을 앓기 시작했다. 그 후 고등학교때는 발을 심하게 다쳤다. 하지만 어머니가 걱정할까 말을 안했을 정도로 효자였다.

최씨는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소년가장 지위를 상실했다. 이에따라 포항시의 지원금마저 끊기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였다. 지원금이 끊긴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이들 모자는 지역의 한 교회가 매달 후원해주는 지원금으로 현재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민군은 어린 시절부터 힘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어머니 치료비와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공사장에서 닥치는 대로 일해봐야 한달 벌이는 고작 2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에 통증이 심해서 발가락에 핀을 15대나 박는 대수술을 받음에 따라 공사장 벌이마저 힘든 처지가 됐다.

최씨는 현재 하반신 장애와 뇌출혈, 기관지 천식, 관절염때문에 진통제에 의지해 살고 있다. 똑바로 누울 수도 없고 두 팔로 기어 다니며 생활하는 처지다.

그녀는 또 한 달에 한번은 서울 백병원까지 가서 진통제를 받아와야 한다. 장시간 앉아 있을 수 없어 택시를 불러 휠체어를 싣고 서울로 오가야 하기 때문에 한번의 경비만도 35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모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최씨는 "가난하고 많이 아프고 힘들지만, 그만큼 상상도 못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늘 감사해요"라며 "저는 세상을 원망하기 보다는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고 봐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씨는 주위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을 한사람 한사람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기회가 되면 이들에게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내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정민이가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아들을 격려했다.

어머니의 이런 가르침 때문인지 정민군도 마을에서 효자로 소문이 자자하다. 또 주위에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예의바른 청년으로 소문이 파다하다는 것.

그녀는 "어려운 사정이지만 아들이 주위 도움을 받아 대학에 들어갔으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워요"라며 "언젠가는 하나님이 저희 모자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주실 것으로 믿어요"라고 말했다.

정민군은 어머니 최씨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미래다. 아들을 향한 최씨의 마음은 여느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아들이 남들처럼 밝게 커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아들의 미래에 짐이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정민이가 좀 더 커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만들면 저는 자애원으로 갈거에요. 그래서 아들이 가끔씩 찾아주는 기대감으로 사는 것이 꿈이에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당장 며칠 뒤 서울로 올라가는 택시비를 걱정해야하는 최씨. 하지만 작고 아름다운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아름답고 선하게 느껴졌다.

후원계좌 : 새마을금고 5207-09-0001581(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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