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7.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도전한 시카고마라톤에서 2시간17분대의 저조한 기록으로 7위에 그쳤다.

이봉주는 7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시내 코스에서 펼쳐진 제30회 라살뱅크 시카고마라톤 남자부 풀코스(42.195㎞) 레이스에서 2시간17분29초에 결승선을 끊어 7위로 골인했다.

1위는 2시간11분11초에 들어온 패트릭 이부티(케냐)가 차지했다.

이부티는 앞서 가던 조우아드 가리브(모로코)를 결승선 앞에서 제쳤다. 2위 가리브도 2시간11분11초를 찍었다.

마라톤에서 같은 시간으로 파이널 기록이 나온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2시간7분대 재진입을 목표로 했던 이봉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레이스가 펼쳐진 시카고가 이상 기후로 출발 때 아침 기온이 23℃까지 치솟아 애초부터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엔 무리였다.

생애 38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36번째 완주에 성공한 이봉주는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들과 힘겨운 레이스를 벌여 '톱 10'에 진입한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레이스에는 2시간5-6분대 스피드를 자랑하는 케냐 건각들이 출전했지만 모두 2시간10분대를 넘기고 말았다.

이봉주는 초반 5㎞와 10㎞까지 선두권을 바짝 뒤쫓아 달렸지만 5㎞ 구간 랩타임이 15분40초대를 넘어 전반적으로 페이스가 늦었다.

20㎞까지 선두 그룹을 어렵게 추격하던 이봉주는 하프(21.0975㎞) 지점에서 선두와 30초 넘게 벌어져 13위로 처졌다.

초반 레이스를 이끌던 페이스 메이커들이 빠지면서 10위권에 접어든 이봉주는 30㎞에서 선두와 2분30초 이상 차이가 나면서 입상권과 멀어졌다.

이봉주는 막판 투혼을 불사르며 추격전을 폈지만 한 번 멀어진 간격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봉주 뒤로 8위 이하는 2시간20분을 넘겼을 만큼 힘든 레이스였다.

작년 11월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0분49초를 찍고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국내 코스 한국선수 최고기록인 2시간8분04초를 뛰어 2시간7분대를 노렸던 이봉주는 '기후 변수'에 막혀 기록 단축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이봉주는 경기 후 "날씨가 너무 더웠다. 페이스가 늦었는데 18-19㎞ 지점에서 갑자기 빨라진 선두권을 따라잡지 못한 탓에 뒤로 처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더위 속에서 펼쳐질 내년 베이징올림픽 마라톤에 대비해 더운 날씨에 레이스를 벌이는 훈련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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