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들이 날뛴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숱한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 기술유출 적발 건수 97건에 피해액은 119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술유출의 수법이 워낙 은밀·지능화로 진보되고 있어서 적발이 어려우니, 적발된 것은 실로 빙산일각일 것이다. 얼마전에는 기아자동차 직원들이 쏘렌토 승용차 조립기술을 중국에 넘겼고, 포스데이타 연구원들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미국에 넘기려다가 적발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 처음으로 핵심 철강기술을 중국에 넘긴 산업스파이 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기술은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의 케이스로 쓰이는 고급제품을 만드는 기술이고, 넘긴 기술의 양도 "공정 하나를 통째로 건설할 수 있는 방대한 내용"이라 검찰이 밝혔다. 포스코 기술개발 핵심부서인 기술개발실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8월 퇴직한 이모(52)씨와 포스코 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해오다가 퇴직한 다른 이모(49)씨 등 2명은 퇴직때 냉연강판 제조기술이 담긴 파일 1048개와 제조공정에 관한 노하우를 담은 책자 등 방대한 자료를 빼내 중국의 3대 철강업체 중 하나인 B사에 넘긴 것이다.

이 기술은 포스코가 1996년부터 10년간 150명의 연구인력과 4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것으로, 냉연과 열연 강판을 제조할 때 필요한 철강의 온도 등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이들은 기술만 넘긴 것이 아니고, 중국 현지에서 수차례 기술지도까지 했다고 한다. 포스코는 이들이 퇴사후 중국에 드나드는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제보함으로써 수사가 시작됐고, 이들의 계좌에 거액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추궁끝에 범행을 밝혀냈다.

기술유출행위는 바로 매국행위다. 미국은 기술유출범을 경제간첩으로 간주해 15년이하 징역으로 다스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7년이하 징역이나 7억원 이하 벌금이 고작이다. '기술력의 가치'나 '매국행위'에 대한 처벌 치고는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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