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어린이 14명에 새생명을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단체가 바로 저희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랍니다"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포항지대' 류진해(48) 지대장은 13년째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을 비롯 소년·소녀 가장 돕기 등 각종 사회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94년 택시기사 50여명이 '아름다운 봉사를 하자'라는 한 뜻을 갖고 설립, 지금껏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류 지대장은 창립멤버인 동시에 결코 순탄치 않았던 봉사대의 산 증인이다.

창립 초기 봉사대원은 주로 택시기사들로 구성됐다. 택시 내에 '심장병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함'을 설치해 손님들이 거스름 돈으로 건네받은 동전을 모금함에 넣는 것이 전부였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요? 백 원짜리 동전 하나 하나가 모여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로 전해질 때 마다 가슴 뿌듯하고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기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기쁨 때문에 지금껏 이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갑자기 불어 닥친 IMF 경제위기와 함께 택시기사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손님들의 지갑은 더 이상 열지 않았다.

게다가 시유지 내에 있었던 컨테이너 박스였던 봉사대 사무실 마저 도시 개발이란 미명하에 이리저리로 내몰리는 신세를 겪었다.

수차례 사무실을 옮기고 대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간 뒤 봉사대는 운전기사 뿐 아니라 봉사 활동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을 여는 한편 봉사활동의 범위도 넓혀갔다.

즉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

그 후 봉사대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기존의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 뿐만 아니라 독거노인 돌보기, 소년·소녀가장에게 모금전달, 심장병어린이 수술비 기금마련 1일 찻집 및 호프집 운영 등의 봉사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일했다.

류 지대장은 "나 역시 처음에는 택시운전을 했지만 지금은 조그마한 고물상을 운영한다"면서 "회원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분들은 아니어서 큰돈을 후원하지는 못하지만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고 아름다운 봉사를 몸소 실천하는 분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0여 년 동안의 봉사열정에 힘입어 그는 지난 2004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봉사부문 본상 등 크고 작은 봉사상을 여러번 수상했다.

류 지대장은 "우리의 작은 정성이 심장병을 앓고 있던 어린이 14명의 생명을 지켜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면서 "올 6월부터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설, 자식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장례식을 치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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