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시중은행 접수한 포항 동지상고 출신 토종뱅커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

"요즘 동지상고가 포항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뜨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동지상고 출신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상득 국회부의장 형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메이저 은행의 부행장이 고졸 출신?' 신한은행 이휴원(李烋源 ·54) IB(투자 금융)그룹 부행장을 취재하게 된 것은 이같은 궁금증이 한 몫을 했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은 포항에서도 오지인 포항시 북구 신광면 마북리다. 이곳에서 초·중학교를 나온 그는 72년 2월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21회)한 뒤 곧바로 한국신탁은행에 입사, 은행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러다 82년 5월에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2년만인 지난 2004년 신한은행 핵심 부행장이 됐다. 신한은행 부행장 8명중 유일한 고교졸업자다. 또한 동지상고 출신 현직 은행원 중에서는 최고위직인 셈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고졸 학력으로 성공한 인물 중 한사람임은 분명하다.

사실 동지상고는 70년대까지만해도 대부분 머리좋고 돈없는 학생들이 졸업후 취업(특히 은행에)하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그런만큼 그는 정코스를 걸어 성공한 모범적인 동지상고 맨이라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제 5공화국 때 재일 동포 자본으로 탄생했으며, 최근 LG카드를 인수하는 등 시중은행 중에서 잘나가는 메이저 은행이다.

그를 지난 10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IB그룹 부행장실에서 만났다. 동안(童眼)에다 짧은 머리와 쌍거풀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였다. 꼭 운동선수 같았다.

#삶의 자양분은 바로 고향

먼저 "태어난 마을에서는 출세한 케이스 같은데 맞느냐"고 묻자 "비학산 정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향 터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인재들이 많이 나온 곳이 바로 마북리"라며 우회적으로 대답했다.

'마북리'는 '학(鶴)이 날아오르는 형상'이라 이름 지어진 '비학산'의 왼쪽 끝자락이다. 10여년전 마북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되는 바람에 없어진 마을이다. 하지만 그가 어릴때만해도 수십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다.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여강 이씨 후손인 할아버지는 비록 몸소 농사를 지었지만 장손인 그를 엄하게 키웠다는 것.

"바지 다리 걷고 다니질 못하고 했고, 남의 신세지는 것을 특히 싫어 하셨지요. '사줄 형편이 안되면 대추하나라도 절대 얻어 먹어서는 안된다. 남자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그래서 한때 권투 도장에도 다녔다"

그는 마을에서 10여km 떨어진 비학초등학교를 걸어서 다녔다. 해가 짧은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는 혼자 어둑어둑한 산길을 따라 집으로 오는 날도 수없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여기까지 온데는 엄격한 할아버지의 가정교육과 힘든 산골 생활이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신광면 기일에 있고, 포항 시내에 어머니와 누나, 삼촌(흥해)이 살고 있어 포항은 자주 찾는다고 했다.

"올 여름휴가 때 다녀왔고, 최근에는 포항시장, 포스텍 총장 등과 만나 난치병 치료센터 건립을 위한 협의차 또다시 포항에 다녀왔다. 다음달 중순쯤 포항시 장기발전을 위한 SOC 개발 및 투자를 위해 또다시 포항에 내려가 둘러볼 계획이다. 포항놈이다보니 고향 발전에 관심을 갖는건 당연한 것 아닌가. 내려갈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북부 해수욕장 등에서 소주도 자주 한다"

#친화력과 집념, 그리고 봉사

그와 친한 친구들은 그에 대해 '대인 관계가 원만한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성진(전 대아고속해운 상무), 강남수(전 기업은행 근무), 허석봉(사업), 김순태(포항시청)씨 등이 친한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공부는 상위권이었고, 특히 성격이 원만하고 조용한 스타일"이라며"그때나 지금이나 마음 씀씀이에 있어 변함이 없는 친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포항 출신으로 같은 은행 후배인 김재신(41)부부장은 "단시일에 상대방을 내편으로 만드는 친화력과 함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젊은 사고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생활 철학'에 대해 " '매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활 자세보다는 '반드시 하겠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그의 인생철학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라 느껴졌다.

이어 "여기다 균형있고 봉사하는 생활이야 말로 진정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균형'이란 '어느 한쪽에 편향됨이 없이 스스로 기준을 잡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바른말 잘하는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변방으로 돌아다닐때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나름대도 인생철학이 분명하고,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는 은행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금융인은 남의 돈을 다루는 만큼 품성과 도덕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자신을 절제해야 한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혈액, 즉 피와 같다. 그런만큼 개인,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보람을 함께 느끼면서 하루하루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에 묻혀사는게 재미(?)

그는 신한은행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임원 중 한명이다. 각종 회의와 국내외 출장, 미팅 등으로 하루일정이 그야말로 빡빡하다.

워낙 바쁘다보니 가장 미안한게 가족이라고 했다. 부인과 1남(미혼· 미국)1녀(결혼후 외국은행 근무)를 두고 있으며 잠실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고 했다.

IB(Investment Banking· 투자금융)그룹 책임자의 역할이 무엇이길래 그렇게 바쁜지 궁금했다.

"해외 은행 설립 및 인수, 국내 기업 M&A(인수 합병), SOC(사회간접 투자) 사업 등 투자금융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연 어느 곳에, 어떻게, 어느 규모로 투자해야 손해를 보지않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투자(대출) 규모가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원 이상이다 보니 철저한 사전 진단 및 평가, 정확한 판단 등이 요구된다"

한마디로 신한은행내에서는 IB그룹장이 부행장중에서는 요직 중 요직인 셈. IB그룹 직원만 200명이라고 했다.

그는 "IB그룹에서만 1년에 5천억원의 이익을 낸다. 그러니까 1인당 25억원씩 버는 꼴이다. 아마 국내 기업중 1인당 생산성이 저희 IB그룹보다 높은데는 없다고 자부한다. 그러다 보니 신한은행 중에서도 직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곳이 바로 IB그룹으로, 저희 은행의 꽃"이라고 말했다.

#은퇴후 고향발전에 기여하고파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골프가 싱글수준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시작한 만큼 잘하는게 좋은 것 같아 열심히 했다는 것.

하지만 부행장된 뒤부터는 워낙 바쁘다보니 필드에 자주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바쁘다 보니 각종 동창회, 향우회 등에 자주 참석치 못해 늘 미안하다"며 "그래도 서울에서 고향 사람 만날 때가 가장 기분좋고 마음 편하다"고 했다.

퇴직후 계획을 물었다. 그는 "40여년 현업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고향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각오"라며 "그것이 나를 낳고 키워준 고향에 대해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휴원 부행장 이력

▷포항시 신광면 마북리 출생(1953년생)

▷비학초등·신광중학교. 동지상고 졸업

▷한국신탁은행 입사(1972년)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입사(1982년)

▷자양동·안국동·단대동 등 서울 일선 지점장

▷IB그룹 담당 부행장 취임(2004년 12월)

▷신한은행 홍콩 IB센터 개점(2005년)

▷글로벌 투자은행 제휴 및 해외 법인설립 주도(2005~2007년)

▷부인과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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