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환기자

포항에서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주고 각각 수천만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사찰 주지 3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신도 등으로부터 소개 받은 직장인과 봉사단체, 공무원 등 3천600여명에게 110억원의 허위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대가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사찰 보수와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장당 2만~5만원을 주고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산 사람들은 16억원의 세금을 떼 먹었다고 한다.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 받은 사람 중에는 공무원과 대기업 임직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많았다.

세금 몇푼 아끼려다 망신을 당하게 된 이들은 언제 불려 갈지 몰라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른바 세무조사의 '무풍지대'에 있는 종교단체의 허위 기부금 영수증 발급 행위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에 '안 걸리면 그만, 법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잘못된 사회인식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사실 이같은 불탈법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은 지도층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들은 수백억원을 해먹어도 두어달만 있으면 휠체어를 타고 '건강'이 나쁘다며 병원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100~200만원의 벌금을 못내 일당 5만원짜리 노역을 빠짐없이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反)부자 정서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부자가 될수 없다고 하겠는가.

지도층이 이 모양이니 법을 잘 지키면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다.

이래서는 우리나라가 결코 선진사회가 될수 없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표현한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온갖 불탈법을 저지르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높은 신분을 유지하는 사회 구조는 한시바삐 뜯어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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