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악연맹 단원 32명 이끌고 네팔 히말라야行늦게 도착한 버스·비행기 연착…출발부터 '긴장'현지 여행사 사장의 따뜻한 환대에 피로 눈 녹듯

인간의 근접을 쉽사리 허용치 않는 도도함이 서려있는 만년설의 히말라야. 천년만년 웅장한 자태를 간직한 채 너른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다가도, 때론 성난 맹수같은 맹렬한 기세로 인간을 내치기도 한다. 부질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타이르기라도 하듯 히말리야는 늘 그렇게 서 있다. 히말라야는 인간의 나약함과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야누스적인 곳이기도 하다. 최근 경북산악연맹이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연봉(連峰)을 다녀왔다. '산 사나이' 김유복 산악연맹 부회장이 8회에 걸쳐 안나푸르나 원정기(記)를 생생하게 전한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대자연과 호흡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편집자

 

 

트레킹 들머리에서 보이는 네팔에서 가장 신성한 산 '마차푸차레 봉(6천993)'

경북산악연맹이 주최한 제2차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이 지난 11월 14일부터 22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네팔 히말라야 산군 중에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안나푸르나 일대에서 실시됐다.

 

경북산악연맹은 2006년 11월에 실시한 에베레스트 산군 쿰부히말에서의 트레킹과 임자체봉(6천120m) 등반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경북산악인들의 요청에 의해 이 같은 트레킹을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키로 했는데 이번이 두 번째 행사였다.

 

이번 트레킹은 전문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연맹에서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운영키로 하고 지난 7월, 네팔 현지답사와 현지 랜드사 와의 사전 계약 등을 위해 이인 대장(경북연맹 등반기술이사 겸 중앙연맹이사)을 직접 파견,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출발에 앞서 불안한 마음은 처음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카트만두공항서 환영의 '갓다' 받고 기뻐하는 일행.

 

준비하던 중 항공권 확보가 가장 어려웠지만 몇 차례 스케줄 변경을 거쳐 11월 14일 인천공항에서 출발 하는 중국남방항공편으로 확정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세계적 '트레킹 메카' 안나푸르나로 떠나다

 

참가단원은 총 32명(남 27명, 여 5명)으로 강석호 회장이 바쁜 일정 때문에 참가 할 수 없어 필자가 단장을 맡기로 하고 대규모 트레킹 단이 결성됐다.

 

네팔의 제2도시 포카라 비행장 앞.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사전에 여러 가지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서 결정한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코스이며 세계인들의 '트레킹 메카'라 불릴 만큼 이미 정평이 나있다.

 

경북산악연맹은 안나푸르나산군 트레킹 코스 5개중 가장 핵심이며 안나푸르나산군의 중심 부위를 바로 치고 들어가는 '생추어리(Sanctuary) 코스'를 택했다.

 

7일 만에 안나푸르나 심장부를 향해 직선으로 파고드는 이번 생추어리 코스는 트레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이며 여유가 많지 않은 직장인들이나 중, 장년층 트레커들에게는 가장 경제적인 코스이다.

안 까르마 세르파 사장과 필자.

 

'생추어리(Sanctuary)'란 '거룩한 장소'를 뜻하는 말로 '성소(聖所)'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안나푸르나의 가장 성스러운 곳까지 간다는 것을 통칭하고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생추어리 코스 이외에 안나푸르나산군을 한 바퀴 도는 가장 긴 코스인 '라운딩 코스'(14일 이상 소요)와 가장 짧은 '푼힐 전망대 코스'(3일소요) 그리고 안나푸르나 서쪽을 둘러보는 '좀솜 코스'(5일소요)와 동쪽을 탐사하는 마낭 코스(7일소요) 등으로 구분돼 있으며 그밖에 사이드 코스로 마낭에서 시작해 5천m 고지에 있는 틸리쵸 호수를 겨냥하는 '틸리쵸 코스' 도 있어 일정에 맞춰 선택 할 수가 있으므로 많은 트레커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

 

11월 14일,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집결지인 연맹사무실 앞에 도착한 시간이 4시40분, 5시 출발에 맞춰 모두들 긴장된 얼굴로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지난해 1차 때 참가했던 회원이 여럿 있어 준비물 챙기는 데는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처음 참가하는 회원이 대부분이어서 다시 한 번 장비체크를 해야 했다.

 

준비된 카고 백(원정이나 장기간 트레킹시 장비나 식량 등을 운송하기 위해 제작된 대형가방)에 네임태그나 시건 장치 등을 점검하고 공용물을 담은 카고 백 까지 40개가 넘는 엄청난 양의 준비물이 해외 트레킹의 면모를 실감케 한다.

 

일행을 태울 버스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진행을 맡은 이인 대장과 박재석 이사가 연신 땀을 흘린다.

 

늦게 도착한 버스에 짐을 싣고 출발한 시간이 5시30분, 북대구 IC에서 기다리는 의성의 김경경 이사(경북산악연맹 환경보전이사)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11시가 되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김용운 명예회장(전 POSCO부사장)이 인천공항에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번에는 사위와 아들도 동참시켜 트레킹 마니아가 되신 것 같다.

 

인천공항에서 합류한 회원들과 함께 수속을 밟고 오후 1시30분 출발의 중국남방항공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비행기가 3시30분으로 변경됐단다.

 

중국 광주에서 인천으로 오는 도중 환자가 발생해 상해를 들러오기 때문에 늦게 출발한다니 어쩔 도리가 없다.

 

새벽에 버스가 제때 오지 않아 애를 먹이더니 이젠 비행기까지 속을 태운다.

 

결국 오후 4시에야 출발했다.

 

늦은 덕택에 중국 광주 경유시간이 짧아져 많이 기다리지 않고 카트만두 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5시간여의 비행 끝에 도착한 네팔 카트만두 트리뷰번 국제공항의 현지시각은 밤 10시5분이었다. 우리와 시차가 3시간 15분이어서 이날 하루는 무척이나 길게 산 느낌이었다. 트리뷰번 국제공항,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퀴퀴한 냄새나 트랩에서 내려 공항 청사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 달라진 게 없다.

 

흐릿한 불빛아래 비쳐지는 이국의 첫 인상에 처음 온 회원들은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어렵사리 수속을 밟고 있는데 심사대 건너편에서 반가운 얼굴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한다. '안 까르마 세르파' 사장이다. 작년에 우리를 도왔던 네팔 현지 여행사인 '윈드호스(Wind Horse)'의 대표다. 잘 기른 콧수염에 유난히 반짝이는 눈이 매력인 히말라야 고산족 출신 특유의 순수를 간직한 사람이다. 일행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한결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해 참가한 김용운 명예회장과 이경수 박사, 추선희 여사(강석호 회장 부인) 등 몇몇은 따뜻한 환대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해에도 원정대를 위해 정말 애를 많이 쓴 '파상 남겔 세르파'도 함께 나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환영의 '갓다'(환영이나 환송시 상대방에게 따뜻한 마음과 정표로 주는 네팔 고유의 예의를 표하는 긴 천)를 일일이 일행들의 목에다 걸어준다.

 

환영의 갓다를 걸치고 공항을 나서 숙소인 안나푸르나호텔로 향했다.

 

카트만두의 밤은 아직도 어두컴컴해 이 나라의 전력사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었다.

 

현지시간으로 11시40분에 도착한 안나푸르나호텔은 비교적 조용한 호텔이다. 룸메이트는 서울에 사는 필자의 죽마고우 양촌(陽村) 김재년(화양 엔지니어링 대표)사장으로 방랑벽이 있는 이 친구를 여러 번 꼬드겨 먼 이국땅까지 같이 온 것이다.

 

필자의 고향 친구와 함께 방을 쓰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네팔의 첫 밤을 보냈다. (계속)

 

 

>> 필자소개 - 김유복(金遺腹)·1952년 포항출생

△주요경력

- 전 경북케이블 TV방송 대표이사

- 전 경북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

- 현 (주)우신철강 회장

- 현 경북산악연맹 수석 부회장

 

△주요 해외 등반 및 트레킹

- 대만 옥산 (4천m)등정

- 말레시아 키나발루산 (4천101m)등정

- 백두산(2천774m) 3회 등정

- 중국 공가산 (7천556m) B.C 트레킹

- 네팔 쿰부히말(에베레스트 산군)트레킹

- 캐나다 로키산맥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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