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이나 차를 타고 왔는데..."

마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연상시키듯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홈구장인 올드트래퍼드 앞에는 유달리 한국 사람들의 얼굴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30일(한국 시간) 치러진 2007-2008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이 맨유의 공식 후원업체인 금호타이어의 '빅 매치 데이'로 명명돼 치러져서다.

이 때문에 경기장 앞에는 금호타이어의 대규모 홍보 행사장이 마련돼 맨유 팬들의 발길을 잡았고, 삼삼오오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도 은근히 두 경기 연속 결장했던 박지성(27)의 출전을 기대하며 관중석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경기 시작 30분 전 박지성이 선발출전 명단이 아닌 교체선수 명단에 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팬들은 아쉬움 속에 교체출전 시간만 기다리며 경기를 지켜봤고, 전반전 중반부터 박지성이 그라운드 옆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자 후반전 교체출전이 임박했다는 느낌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전반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재치있는 선제 결승골과 카를로스 테베스의 추가골에 이어 후반 초반 웨인 루니의 쐐기포까지 터지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한꺼번에 3명의 선수를 교체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끝내 교체된 3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지난 26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남북전을 치르고 돌아온 여독이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은 데다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는 만큼 무리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 관계자들과 한국 팬들은 아쉬움 속에 호날두가 도움 해트트릭의 묘기를 펼친 것에 만족하며 경기장을 나서야 했다.

금호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맨유 훈련장에서 박지성이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그 때문인지 오늘 결장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인 축구팬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박지성이 출전할 것 같아서 3시간 동안 차를 타고 왔는데 끝내 출전하지 않아 아쉽다"며 "그래도 비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날씨에도 7만여 석의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기를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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