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 지하철 1호선 종로 5가역과 이어지는 지하 상가에서 난 화재 후 소방서 관계자가 역사무실 관계자에게 상황 보고 시각에 대해 말을 맞추자고 제의하는 장면이 목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밤 10시30분께 감식 스티커가 붙은 플래시를 든 종로소방서 관계자가 종로5가역 사무실을 찾아와 화재 발생 및 인지 시각, 이후 상황 대처 시각에 대해 세세히 물었다.

역 관계자들은 "오후 8시25분에 매표소에서 화재를 인지하고 종합사령실에 통보를 했다. 32분에 보고를 마치고 배연(연기를 밖으로 뽑아냄)설비를 가동한 뒤 안내방송을 했다"는 식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이에 소방서 관계자가 "그럼 너무 늦게 대처한 게 아니냐, 우리 대원에 따르면 출동 후에도 역내 시민들이 모르고 있어 직접 대피시켰다더라"고 따져 물었다.

역무실 관계자는 이같은 소방서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우리도 보고해야 하니까 상황보고 내려오면 그걸 봐라"며 언성을 높이며 맞섰다.

소방서 관계자는 그러자 "경찰과 소방서, 여기(역무실)하고 언론하고 보고 시간이 같아야지 (다르면) 나중에 피곤하다. 역무실이 보고를 내버리면 언론이 그대로 보도한다"고 말했다.

대화 장면을 목격한 회사원(24·여)은 "소방서가 불을 끄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 '뒤탈 없도록' 말까지 맞춰야 하는 부가 의무까지 감당해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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