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풍(朴風) 보단 여권 견제심리 무게

4.9 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지난 16, 17대 총선에서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강세를 보여온 대구.경북(TK)에서 친박 무소속과 친박연대 후보들이 초강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 27석 가운데 17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런 결과를 놓고 지역 정가에선 외면상으로는 `박근혜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한 단계 더 들여다 보면 오히려 현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표심의 특성상 여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 및 견제 심리가 통합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 보다는 친박 무소속 연대나 친박연대 후보들에게 표를 밀어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 출신 한 재선 국회의원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살아난 것이라기 보다는 현 집권세력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다"면서 "공천갈등이나 정권출범 초기 국정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서 보여주듯이 집권세력의 일방독주는 안된다는 것이 표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야당은 사실상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였다"면서 "친박 표적공천 논란이나 계파 나눠먹기, 장관 인사의 난맥상 등 출범 초기 여러 가지 악재를 드러낸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및 견제심리가 이런 선거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유권자는 "대구.경북이 고향이라는 것 이외에는 대구와 연관성도 없고 누군인지도 모르는 인물을 전략공천이랍시고 해놓고 찍어 달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과도한 오만"이라면서 "친박 무소속에 대한 지지는 결국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와 함께 친 박근혜 정서, 즉 `박풍(朴風)'으로 이번 선거결과를 설명하는 시각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현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친박 벨트'라고 통칭되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과 인접한 지역에 출마한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된 것은 `박근혜의 힘'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50대 한 유권자는 "아직도 대구.경북지역은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친 박근혜 정서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이번 공천 과정에서 지역의 유력한 정치인인 박 전 대표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심리가 표심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선거 초반부터 친박 후보들이 `살아서 돌아오라', `박근혜를 지키겠습니다', `박근혜 지킴이' 등의 구호들을 현수막에 내걸고 `박근혜 마케팅'을 주요 선거전략으로 채택한 것도 정책대결이 실종된 선거판에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것.

선거 직후 지역 내 `친이(親李)' 진영 당선자들 사이에서 향후 정치행보와 관련해 고민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이 당선된 지역 이외에도 대구 북구갑, 경북 영주 등 다수의 지역에서 친박 진영 후보들이 비록 당선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친박이 지역 내 주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향후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특히 대구.경북지역 친이 진영 인사들의 경우 박 전 대표의 지역 내 영향력을 애써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파 세탁'을 할 수도 없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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