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본향은 바위
신이 바위를 쳐 물을 솟아오르게 한 뒤
쪼개어진 바위는 서서히
흙이 되고 뿌리가 되고 마침내 / 꽃으로 피었지

나비의 본향은 물방울
쪼개어진 바위에서 솟아오른 방울방울 물방울
하늘로 오른 물방울은 무지개가 되고
땅으로 내려앉은 물방울은
저마다의 자리에 생명을 키워 마침내
나비로 날았지.

사라진 것이 그 무엇이 된다는 거
바위가 꽃 되고 / 물방울이 나비 되고
그러다가 사라지고 / 그 무엇이 사라진 다음
마침내 존재하는 말

- 아름다웠노라.




<감상> 뿌리내리는 꽃과 나무의 본향은 바위다. 단단한 바위가 흙이 되어 뿌리에게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쪼개어진 바위에서 솟아오른 물방울은 무지개가 되고, 내려앉는 물방울은 나비가 된다. 그럼 노을은 나비의 분가루가 된다고 말해도 되겠다. 나비의 날개를 함부로 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분가루가 떨어져 나가면 죽음과 가까워진다. 떨어진 꽃은 본향인 땅으로 가고, 나비는 죽어서도 풍화되어 날아간다.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게 아름다우므로 큰 봉분과 비석을 만들지 말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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