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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 위한 조수미의 사모곡…"미웠지만 이젠 이해해요"
치매 어머니 위한 조수미의 사모곡…"미웠지만 이젠 이해해요"
  • 연합
  • 승인 2019년 04월 23일 19시 4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4월 2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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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정규앨범 '마더' 발매…"北 공연할 날 오길"
새 앨범 발표한 조수미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 앨범 발표한 조수미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시면서 저를 전혀 몰라보세요.”

에너지 넘치던 소프라노 조수미(57)의 얼굴에 그늘이 내렸다. 어머니 김말순 씨는 수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조수미는 딸의 노래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차근차근 선물을 준비해왔다.

[https://youtu.be/c9Ylxbp-5hw]

조수미는 23일 오전 11시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새 앨범 ‘마더’(Mother)를 녹음한 것은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면서도 “이 앨범은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를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3월 조수미는 아버지 조언호 씨를 떠나보냈다. 그러나 프랑스 파리 독창회를 앞두고 차마 귀국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조수미에게 ‘공연을 마치고 오라’고 했다.

“저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어머니가 원하신 것처럼 노래했어요. 마침 앙코르에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가 들어갔고 DVD로 찍혀 ‘포 마이 파더’(For my father)라는 영상물로 남았죠. 그 공연은 마치 운명처럼 아버지를 위한 콘서트가 됐어요. 훗날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로 그러시더군요. 아빠를 음악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됐듯이, 나를 기억할 무언가도 준비해달라고.”
 

4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조수미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4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조수미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수미는 젊은 날 어머니를 엄격한 모습으로 기억했다.

“어머니는 본인이 성악가가 되지 못한 것을 굉장히 원망하며 사셨어요. ‘너는 나처럼 결혼하면 안 되고,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돌며 내가 못 한 노래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루에 두세 번씩 들으며 자랐죠. 딸을 너무 닦달하셨고, 하루에 8시간 피아노를 안 치면 문도 안 열어주셨어요. 사실 어머니를 미워하며 원망도 많이 했어요. 내 유아 시절을 빼앗은 것만 같고, 자기 꿈도 못 이루면서 왜 딸에게만 책임을 다 지우는가 이해를 못 했어요.”

그러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다. 그녀가 ‘어머니’가 아닌 ‘여성’으로 다가온 순간부터였다.

“제가 8살 정도 됐을 때예요. 어머니가 저녁에 설거지하는 뒷모습이 갑자기 왜 그렇게 초라해 보이던지요.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자로 느껴지더군요. 결혼 생활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 슬프게 사는구나,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도와줄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제가 성악가를 꿈꾸게 된, 아주 특별한 저녁이었어요.”
 

기자간담회하는 조수미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듀엣곡을 함께 부른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
기자간담회하는 조수미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듀엣곡을 함께 부른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

조수미는 서울대 음대를 거쳐 1984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했을 때, 그 서러웠던 자취 생활을 기억했다. 타향 만리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역시 어머니였다.

“작은 셋방에 들어가서 음식도 없이 굶으면서 가장 그립던 분이 어머니였어요. 그분이 원하던 걸 꼭 들어주고 싶었어요. 그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사실 제 꿈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는데,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비로소 이해되더라고요. 성악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신 어머니에게 감사해요. 어느 날 저를 떠나신다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분이 될 거예요.”

조수미는 앨범 수록곡 13곡을 모두 손수 골랐다. 타이틀곡 ‘바람이 머무는 날’(Kazabue)를 비롯해 ‘마더 디어’(Mother Dear), ‘워터 이즈 와이드’(Water is wide),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 등 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노래들이 담겼다. 정통 클래식과 크로스오버, 민요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으며, 산타체칠리아음악원 후배인 이탈리아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와 듀엣도 시도했다.
 

조수미와 듀엣곡 부른 페데리코 파치오티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의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치오티는 앨범 수록곡 ‘이터널 러브’를 함께 불렀다.
조수미와 듀엣곡 부른 페데리코 파치오티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의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치오티는 앨범 수록곡 ‘이터널 러브’를 함께 불렀다.

그는 “어찌 보면, 비록 제가 엄마가 되진 못했지 않느냐. 될 가능성도 이미 없어 보이고”라며 “저는 항상 엄마같이 큰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음악이라 여겨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보너스 트랙인 ‘아임 어 코리안’(I‘m a Korean)에는 평생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이름을 알린 조수미의 신념이 담겼다.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 부른 곡입니다. 저는 세계 무대를 돌면서 한시도 ’소프라노 수미 조, 프롬 코리아‘를 잊어본 적 없어요. 항상 자랑스럽게 함께하는 수식어죠. 이 노래를 넣기를 강력히 원한 데는, 제가 한국 사람임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다분히 있었어요. 젊은이들이 해외에 나가면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웨어 아 유 프롬‘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때 ’아이 엠 프롬 코리아‘라는 대답을 떳떳하게 하는 거예요.”
 

새 앨범 ‘마더’ 발표한 조수미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 앨범 ‘마더’ 발표한 조수미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수미는 앨범 발매와 함께 지난 21일부터 5월 8일까지 용인, 강릉, 대구, 부산,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 ’마더 디어‘를 진행 중이다.

유네스코 평화 대사이기도 한 그는 언젠가 북한 공연도 꿈꾼다고 했다.

“저는 한국이 낳은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유네스코 평화 예술인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라고 생각해요. 정치인들이 갈 수 없는 곳에 예술인은 갈 수 있죠. 기회가 된다면 (북한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루빨리 음악으로 교감할 무대가 생기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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