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분진 피해 호소…대구 북구청 "법적 문제 없어"

23일 오전 대구 북구 읍내동 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사현장 옆길을 산책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분진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야외 활동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23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실외활동에 나섰다. 매일 한 시간 정해진 일과다. 하지만 원생들을 돌보는 교사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어린이집으로부터 불과 6∼7m 거리에 있는 공사현장 때문이다.

9968㎡ 넓이의 공사현장은 234세대가 들어설 신축 아파트를 짓는 곳이다. 건설사는 지난 2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오는 2021년 8월까지 지하 2층부터 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4개 동을 지을 예정이다.

문제는 이달 초 기존 건물 철거공사가 시작되면서 불거졌다. 공사현장 소음과 흩날리는 먼지가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실외활동뿐만 아니라 원생 등원부터 오전·오후 자유놀이활동, 점심·간식 시간 등 일과를 보내는 모든 과정에서 환기가 필수다. 하지만 공사현장 먼지로 원생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원생들의 정해진 낮잠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원생들이 놀라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곳 원생 수는 무려 190여 명, 학부모들은 자녀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아토피와 비염 등 각종 질환을 앓는 자녀의 부모는 근심이 더하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들은 북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대책에 대한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돼 북구청에 셀 수 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난 11일 처음으로 넣은 민원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 제기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며 “아파트를 짓는 시행사 측에서도 허가를 받고 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2년여 동안의 공사 기간에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폐원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철거공사가 시작된 이후 원생 3명이 떠났고 한 명은 오는 30일까지만 다니기로 상황이다. 함께 민원을 제기한 부모들도 대책이 없다면 어린이집을 옮기는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아이들의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떠나는 원생을 붙잡을 수 없다”며 “복지법인이라서 원생 5명을 맡는 교사 한 명의 인건비를 지원받는데, 원생이 계속 감소하면 현재 32명의 교사도 차례로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25년 동안 이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고 졸업한 원생들도 찾아오는 소중한 곳인데, 아파트 신축공사로 이런 피해가 발생한 것이 황당하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3일 오전 대구 북구 읍내동 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놀이터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분진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야외 활동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공사현장 인근 어린이집의 피해에 대해 북구청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규제할 수단이 없어 유아들의 안전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민원이 제기된 곳의 경우 부지는 넓지만 철거하는 건물 넓이가 3000㎡ 이하로 소음과 먼지 등을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아들의 건강과 안전문제가 외면받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현장에 가서 소음과 먼지 등의 피해를 확인했지만, 법 규정상 문제가 없어 규제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며 “우선 철거 시행사에 살수차를 추가로 운영하도록 권고했고 건설사와는 공사현장 소음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6m 높이의 방음벽을 일정보다 미리 설치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조한윤 수습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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