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

결혼과 출산, 외도사실까지 숨기고도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동거녀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30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김정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1시 25분께 경북 구미시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동거녀 B씨(25)의 가슴과 목, 복부 등을 24차례 이상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에 정진해 장학금을 받고 대학 졸업 후 제약회사에 입사한 A씨는 2018년 4월 28일 소개팅 앱을 통해 피해자를 알게 됐다. 그해 6월에는 구미에 집을 얻어 동거하면서 2000만 원 상당을 부담하기도 했다.

B씨가 자주 외박을 하면서 수시로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과 직업과 가족관계, 다른 남자 사이에서의 혼인과 출산까지 모두 속였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범행 전날인 지난해 10월 20일 A씨는 ‘동거녀 살해’ ‘칼로 사람 죽이는 방법’ 등 구체적 범행 방법을 검색했고, 장갑과 흉기를 구매했다.

범행 당일 A씨는 “외도한 것과 거짓말한 것 전부 알고 있다”고 B씨를 다그쳤다. 하지만, B씨는 “너는 그냥 돈줄이었다. 3주 동안 눈치를 줬으면 알아서 떨어져야기 거지새끼야”라고 맞받아쳤다. 이게 격분한 A씨는 B씨의 가슴과 복부, 종아리 등을 24차례 이상 찔렀고, B씨는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숨졌다. 그는 범행 후 112에 전화해 범행을 신고했고, 119구조대의 전화 지시에 따라 피해자의 상처 부위를 수건으로 지혈하는 구호조치를 했다.

재판부는 “거짓말에 외도까지 한 피해자를 피고인에게 기회를 주려 했고,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까지 보이자 마음의 상처와 분노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져 이성을 잃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범으로서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 유족에게 9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인터넷으로 살해 방법을 검색하고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 24차례 이상에 걸쳐 흉기로 찌르는 등 잔인한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존엄한 생명까지 잃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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