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전가책임자만 공소사실 인정…내달 16일 2차 공판

2월 19일 오전 7시 11분께 불이 난 대구시 중구 포정동 대보사우나 건물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 등 소방당국이 발화추정지점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경북일보 DB.
87명의 사상자를 낸 대보사우나 화재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자들이 무죄를 주장하거나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25일 대구지법 제6형사단독 양상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대보백화점과 향촌하와이 목욕탕 소유주인 대보상가 건물관리인 이모(63·구속)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화재를 방지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부담부분이 없다. 억울하다”면서 무죄를 다투겠다고 했다. 검사는 이씨가 화재를 예방하고, 소방시설을 제대로 관리하면서 화재피해 확산을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전기책임자로부터 형광등교체 등의 권고를 받고도 방치한 혐의를 받는 소방안전관리자 김모(47)씨와 이모(59)씨 변호인도 “유족에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화재 경위와 피고인들의 역할 등에 비춰보면 억울한 면이 있다. 다음 기일에 무죄를 다툴지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화재 당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우나 이용객을 대피시켜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대피해버린 매점 직원과 세신사 등도 무죄를 주장했다. 구둣방 주인 이모(59)씨는 “구둣방 콘센트가 아니라 천장에서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대보사우나 남탕 앞 구둣방 내 소파 좌측 벽면 하단 2구 콘센트에서 트래킹과 전선 단락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결론 냈다. 반면, 평소 대보상가 건물의 경보기 작동 기능을 차단했던 전기책임자 김모(54·구속)씨만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2차 공판은 5월 16일 이어진다.

지난 2월 19일 대구 중구 포정동 대보사우나 남탕 앞 구둣방 내 소파 왼쪽 벽면 아래 2구 콘센트에서 트래킹과 전선 단락 등으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84명이 다쳤다. 대보사우나 관리자들은 화재경보기 노후화로 오작동이 잦아 입주상인과 손님의 항의가 심하다는 이유로 경보기를 임의로 차단했고, 사우나 비상통로 폭이 좁았지만 적치물을 방치하고 비상구 유도등 앞에 이발소를 설치하면서 이용객이 유도등 식별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가 운영관리위원장 친척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 형식적으로 등록하는 등 관련 업무는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사우나 종사자 중 일부는 화재 발생 사실을 먼저 알았음에도 화재가 났다고 소리치는 것 외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이용객보다도 먼저 대피했다. 소방계획과 소방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건물에서 제외도 화재 피해가 컸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안전점검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소방공무원 2명에 대해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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