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 대폭 축소 상정 이재민 도움 안돼
국회파행 특별법 제정은 뒷전으로 밀려날판

25일 정부 관계자들이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한 뒤 부처별 자금운용변경계획안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
정부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경북도와 포항시가 요구한 포항 지진대책 사업비의 3분의 1도 반영하지 않은 가운데 국회 파행으로 지진특별법까지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정부 추경예산 편성을 앞두고 순환형 임대주택 1000가구 및 부대 복리시설 건립 550억원, 지진 피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대책 534억원 등 모두 33건 3700억원 규모의 지진대책 사업비를 건의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추경예산안에 소상공인 저금리 경영안정자금 융자지원 445억원, 흥해 특별재생사업 49억원 등 16개 사업 1131억원만 반영했으며, 순환형 임대주택 사업 요구에 대해서는 주택도시기금 임대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번 ‘2019년도 미세먼지·민생 추경 편성안’ 6조7000억원의 60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인 데다 포항지진만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아예 들어 있지 않았다.

즉 포항지진 정부합동조사단 발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가 잇따라 지진대책과 관련한 적극적인 지원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던 52만 포항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이런 가운데 포항지진 피해대책 마련의 핵심이 될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마저도 국회 파행사태로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결과 발표 직후 포항을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론으로 ‘포항지진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뒤 4월 1일 당 소속 113명 전원 서명 아래 김정재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발의안은 현재 소관상임위인 산자위에 배정된 상태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내 홍의락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내특위를 구성하면서 포항지진특별법 발의라는 큰 틀을 잡았지만 자유한국당에 국회 특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은 ‘입법권 없는 국회 특위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한국당의 주장에 맞서 지난 10일 이해찬 당 대표가 포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입법권 있는 국회 특위를 만들자’며 한 발짝 더 나아갔지만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오리무중이 됐다.

국회는 지난주부터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이를 강행하려는 민주당 등 여야 4당에 맞서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면서 지진특별법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여기에 한국당에 이어 포항지진특별법을 준비해 왔던 바른미래당 역시 당내 분열이 자칫 분당 사태로까지 비화될 우려가 나오면서 뒷전으로 내몰리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21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파행이 이어져 지진특별법안이 오는 5월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면 국회 임기종료에 따라 자동폐기될 우려도 없지 않다.

실제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 여·야 없이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졌음에도 법 제정에 7개월이 소요됐지만 특위 구성과 특별법 제정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포항지진특별법의 경우 출발부터 난맥이어서 법 조기제정이 쉽지 않음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특위를 구성해 지진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한 뒤 초당적인 특별법안을 만들자는 의견이지만 한국당은 6개월간의 특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20대 국회 내 법 제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가 추진한 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와대 청원 답변 대상인 20만 명을 넘어섰지만 법 제정 문제에 대해 청와대 답변을 받기는 쉽지 않다.

포항지역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정부 추경예산안이 발표된 뒤 시민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혀 대조를 보였다.

또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는 25일 산업자원부를 방문해 포항지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선 반면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한국당이 정쟁만 앞세워 포항지진특별법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포항지진이 발생한 이후 대통령과 정부부처, 여야 정당이 모두 찾아왔지만 그때그때 말 잔치만 했을 뿐 정작 포항에 필요한 일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포항지진특별법만큼은 정쟁을 떠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담아들어 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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