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만 참가한 가운데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회의장 출입문을 전기톱으로 자르고, 노루발못뽑이(빠루)와 해머로 부수는 일이 벌어졌다. 질서유지권까지 발동 된 이날 난투극은 6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최루탄 사건까지 벌어졌다.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대리였던 정의화 부의장이 ‘FTA비준안’을 직권상정, 한나라당 의원 150명이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캔 모양의 최루탄을 터트렸다.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최루가스가 국회 본회의장에 퍼졌다.

‘최루탄 사건’을 계기로 정치문화 개선이 의제가 돼 ‘국회 선진화법’이 마련됐다. ‘의장석 점거 금지, 회의장 출입 방해 금지’ 등이 국회법으로 제정됐다. 폭력 행위를 금하기 위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위협 또는 재물 손괴 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협치’를 강조한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는 여야가 국정 주요 현안을 놓고 부딪칠 때마다 마비돼 ‘식물국회’라는 말이 나왔다.

선거제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두고 25일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충돌했다. 11년 만에 다시 ‘빠루’가 등장하고, 고성과 몸싸움, 인간 띠, 멱살잡이가 난무하는 ‘동물국회’가 된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26일 ‘빠루’를 들어 보이며 “의회 쿠데타이고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 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사이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1분기 -0.3% 역성장을 기록했다. 동물로 변한 정치권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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