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5인 미만 영세기업, 유급휴일 불구 수당도 못받아
근로자의 날이 되레 스트레스로…공무원·우체국·학교 정상 출근
은행 등 금융권 종사자는 휴무, 직장마다 제각각…정비 필요

근로자의 날에도 쉴 수 없는 택배 기사들. 경북일보DB
근로자의 날에도 쉴 수 없는 택배 기사들. 경북일보DB

“근로자의 날은 당연히 일하는 날이죠…”

올해로 5년 차 택배 기사인 A(32)씨는 해마다 찾아오는 ‘근로자의 날’에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오는 5월 1일,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근로자의 날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1년 중 고작 하루일 뿐이지만 올해처럼 징검다리 연휴를 만들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친구들의 휴가계획을 듣고 있자니 얄밉기까지 하다.

A씨는 “택배업의 특수성 때문에 쉼 없이 운송 및 배송 등의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노동자인데, 누군가는 쉬고 누구는 못 쉰다는 점이 가끔 힘 빠지게 만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은 법정 공휴일이 아닌 유급 휴일이다. 이날 직장에 출근해 일을 한다고 해서 고용주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 다만 택배 기사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쉴 수 없다.

대표 1명과 직원 2명이 소속된 회사를 다니는 B(34·여)씨 또한 A씨와 별반 다를 바 없다.

B씨는 다른 회사원들과 똑같이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날에는 쉬어본 적도 없고 추가 수당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녀는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출근하니 능률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회사 사정상 출근하는 것에 반대할 순 없지만 그만큼 적절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직장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영세 기업의 경우, 근로자의 날에 일을 하더라도 고용주가 통상 임금의 50%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기준 때문에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매해 근로자의 날이면 많은 근로자들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25일 직장인 1026명을 대상으로 올해 근로자의 날 출근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가 ‘있다(근무)’고 답했다. 53%가 ‘없다(휴무)’고 답했고, 7%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영세기업과 시설관리직, 보안·경비 업종의 근무비율이 높았다.

또, 근로자의 날에 출근하는 대상 중 46%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휴일 근로수당을 받는 비율은 19%에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는 영세기업(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53%가 근무한다고 밝혔고, 중소기업(5인~300인 미만 사업장) 40%, 대기업(종업원 수 1000명 이상) 35%, 중견기업(종업원 수 300~999명) 31% 순으로 이어졌다.

근로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아 정상 출근한다. 우체국과 학교 또한 구성원이 근로자가 아닌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상 운영된다.

반면, 은행·보험사·카드사·증권사 등 금융기관 종사자는 모두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무를 하지 않는다.

일반 병원은 병원장의 재량으로 근무 여부를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대형 종합병원들은 문을 닫는다. 반면 개인병원들도 자율휴무지만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이처럼 직장에 따라 제각각인 근로자의 날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인 미만 영세 기업에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점이 큰 문제”라며 “특별한 구분 없이 1인 이상 사업장에는 같은 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