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국회의원(대구 동구 갑)
정종섭 국회의원(대구 동구 갑)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 갑)은 29일 “현행법상 전자 입법발의 시스템(입안지원시스템)을 통한 법률안 발의는 무효며, 따라서 이들 법안은 국회 특별위원회에 상정할 수도 없고, 상정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지정을 위해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해당 법안을 제출·발의하고자 했으나, ‘야합’, ‘헌법파괴’를 주장하는 한국당의 저지에 법률안 발의가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26일 오후 국회사무처는 해당 법안이 ‘전자 입법발의 시스템’을 이용해 제출·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법안발의는 건국 이후 초유의 사태로 법적 근거가 부재해 “불법적인 원천무효”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국회법’상 법률안 발의는 “안을 갖추고 이유를 붙여 소정의 찬성자와 연서한 명부를 첨부해 의사국(의안과)에 제출함으로써 의장에게 제출한 것이 된다”고 국회사무처 발간 ‘국회법 해설’(2016년판 376쪽)에 명시돼 있다. 즉, 법률안을 전자문서로 발의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국회가 전자문서를 이용한 법안 발의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 법률에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사법부의 핵심행위인 재판의 경우 전자소송을 위해 2010년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헌법재판소도 ‘헌법재판소법’ 제76조~제78조를 신설해 전자 헌법재판을 진행하고, 행정부는 2001년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행정업무 등의 전자화 촉진에 관한 법률’(현재 전자정부법)을 제정해 전자문서를 통한 행정업무를 하고 있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일반적인 행정행위’는 법원, 헌법재판소, 행정부 등 모두 ‘전자정부법’에 근거하고 있으며, 국회 또한 2001년 ‘국회사무관리규정’을 도입해 전자문서를 이용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률안 발의(입법절차)’는 일반 행정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인 ‘국회법’에 따라 서면으로 해왔다. 즉, ‘국회사무관리규정’은 입법절차(법률안 발의절차)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자문서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존에 서면으로만 제출 가능했던 국회 청원의 경우에도, 전자문서로도 제출할 수 있도록 개정된 국회법이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청원도 ‘국회사무관리규정’이 아닌 국회법상 근거규정이 있어야 전자문서로 가능하다면, 국회의 핵심기능인 입법행위를 전자문서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회법에 명시적 근거규정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행 ‘국회법’ 상 법률안 발의는 팩스나 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할 수 없고,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먼저 국회법을 개정해 그에 필요한 규정을 둬야 한다.

정종섭 의원은 “국회법상 입법절차에 전자 입안지원시스템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번 패스트 트랙 적용 법률안 발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률안 발의가 무효이기 때문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도 상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