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까지 거리는
병풍 두께 2.5cm

꽃 피고 새가 나는
병풍 한 쪽은
기쁜 날에 펴고요.

먹글씨만 쓰인
다른 한쪽은
슬픈 날에 펼쳐요.

삶도 죽음도
병풍 두께 2.5cm

젖 먹던 입부터
숨 거두는 콧구멍까지도
병풍 두께 2.5cm





<감상> 평소 저승이 멀게만 느껴지는데, 그 거리가 병풍 두께 2.5cm라면 너무 가깝군요. 49제 막제나 기제사 때 펼친 병풍을 보면, 죽음이 아주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병풍은 슬픈 날엔 반야심경 같은 먹글씨를, 생일이나 칠순 잔치 같은 기쁜 날엔 화려한 빛깔을 띤 꽃과 새를 펼치지요. 병풍이 삶과 죽음의 전면(全面)을 다 안고 있으니 삶과 죽음의 두께가 2.5cm라는 말에 공감이 가네요. 희한하게도 숨을 쉬는 입과 숨을 거두는 콧구멍까지의 거리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망각하는 이가 많으니 욕심 부리는 사람이 더 많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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