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떠들썩하다. 다음 달 1일 새 일왕 마루히토(德仁)의 즉위와 함께 새 연호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다며 축제 분위기 인 것이다. 연호의 제정은 ‘만세일가(萬世一家)’라는 근거 없는 신화의 산물이다. 일본의 진보 학자들이 “천황 직속의 조선총독이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천황제가 일본인의 뒤틀린 역사인식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새 왕의 즉위와 새 연호의 제정을 그간 견지해 온 왜곡되고 뒤틀린 역사 인식을 교정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아베 정권은 이전 정권과 달리 지지층의 결집과 집권 연장을 위해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를 획책하는 한편 한일 갈등을 꾀하고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매년 일본 정부가 출간하는 ‘외교백서’와 ‘방위백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규정하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2008년부터 일본 정부는 학습지도 해설서나 교과서 검정을 통해 사실상 초·중·고교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영토 왜곡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7월 ‘독도 영유권 교육 의무화’ 내용의 고교 학습지도요령 시행 시점을 2022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는 이행조치를 공고하기도 하는 등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 왜곡 교육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국제법 적으로 독도가 명확히 대한민국의 영토임에도 억지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왕위를 이어 받는 나루히토 ‘레이와’ 시대에는 한일관계 과거사를 직시하고 보편적 역사관을 견지하기를 바란다. 사실 ‘레이와’도 신라의 고대 노래 형식의 시에서 따왔을 정도로 한일 관계는 오랜 부침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7~8세기에 걸쳐 주로 일본 고관들이 읊은 시가는 ‘삼국전쟁’ 이후 일본으로 간 한반도 도래인에 의해 전해진 선진 문화의 한 결과물이었다. 특히 신라 영역인 경상도 고대 한국어를 일본식 이두체로 바꿔 노래한 시의 형식이 당시 일본에서 성행했다. 그 대표적인 시가집이 ‘만요슈(萬葉集)’다. 이 만요슈 제 5권에 실려 있는 ‘매화의 노래’,‘초춘영월 기숙풍화(初春令月氣淑風和·새 봄의 좋은 달, 공기 맑고 바람 온화하다)’에서 새로 정한 연호 ‘레이와’가 유래했다.

이 연호를 추천한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오사카여대 명예교수는 ‘레이와’의 참뜻이 “국가와 국가 사이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일본이 새 연호 ‘레이와’의 뜻처럼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끝내는 등 문명국 다운 역사인식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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