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북포럼] 새처럼 자유롭게
[새경북포럼] 새처럼 자유롭게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19년 05월 01일 17시 3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02일 목요일
  • 1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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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시간은 평등하면서도 동시에 불공평하다. 똑같은 하루가 주어져도 심리적 길이는 제각각 다르다. 혹자는 짧게 느끼고 아무는 길게 받아들인다. 이런 시간의 부족과 여유가 생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로 시간의 주관적 불평등은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평가할수록 시간에 쫓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물론 마음가짐에 따라 상이하겠으나, 돈과 시간은 상당한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당연히 씀씀이 행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요즘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는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해외여행은 거개가 선호하는 최고의 로망이다. 때때로 국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는 풍경이 이를 반증한다. 작년 출국자 수가 무려 3천만 명에 육박하면서, 해외 지출액이 수입액의 두 배나 이를 정도로 여행 수지 적자도 늘었다.

유커는 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단어다. 그들은 한국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단체 관광이 대세이던 유커가 싼커로 바뀐다고 한다. 이는 개별로 자유 여행을 즐기는 부류를 이른다. 중국인의 여행 패턴이 달라진 것이다. 소득 수준이 상승하면서 개인 투어의 비중이 높아지는 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일본의 경우처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우리나라도 그러하다.

여행은 도착한 순간보다 그 전까지의 기다림이 좋다고들 한다.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미래는 희망찬 영일이기에 벅차다. 하지만 낯선 이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갖가지 불편이 엄습한다. 혼자서 모든 애로를 감내하는 자유 여행은 더한층 불안하다.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획득된다.

초록빛 짙어지는 늦봄이다. 훌쩍 떠나고 싶은 절기이다. 나도 반년 동안의 준비를 거쳐 조만간 머나먼 여정에 오른다. 중국 북서부 일원의 실크로드와 동티벳 차마고도 몇몇 구간,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여러 도시를 훑는다.

동갑내기 둘이서 한 달 보름 정도의 배낭여행. 숙소는 유스 호스텔을 이용할 계획이다. 여행자 여럿이 숙박하는 도미토리는 가격이 저렴한 탓이다. 부킹닷컴으로 예약도 일부분 완료됐다. 귀국 날짜는 미정이다.

틈틈이 탐독한 여행서가 서른 권에 이른다. 언어 소통이 가능한 작가의 여로는 경험의 심도가 다르고 유익한 자료가 많았다.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로 흥미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나처럼 외국어가 미숙한 길손은 진정한 탐방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서너 해 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으나 회화 실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애살맞게 전력투구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냥 매일 한두 시간 유유자적 즐기는 학습이라 그런가 보다. 지금껏 그 자체로 만족을 하였다. 한데 수많은 기행문을 읽으며 자그만 파문이 생긴다.

누군가 읊었다. 독서는 영혼으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온몸으로 떠나는 독서라고. 이제는 머리로 하는 유람은 마치고 다리로 걷는 일탈을 즐기려 한다.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지만 종내 그리워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인간의 자유로운 영혼을 찬한다. 사람은 자유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여행은 힘들지만 해방감을 안긴다. 하여 불현듯 가방을 싸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우리 인사하자. ‘따시딸래’ 그대의 행운을 기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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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목 2019-05-10 20:30:31
새로운 도전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