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이 조각상 작품은 이경복 작가의 ‘P-gure‘시리즈 작품 중 하나이다.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우레탄 페인트를 에어브러쉬로 분사하여 작업하였다.

이러한 재료 사용은 작품과 동일시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으며, 사진과 같이 사실적 표현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에어브러쉬는 정교한 스프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콤프레셔에서 압축된 공기가 소량의 페인트를 밀어내는 것입니다. 이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지만 붓을 사용하지 않아 작품의 붓 터치가 남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는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생산된 공산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인터뷰 중)”

이경복 작가의 P-gure1Urethane paint on canvas-193.5x130cm-2014

P-gure란 plastic과 div(사람의 모습)의 합성어로서, 서양의 르네상스 조각품을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처럼 표현했다. 플라스틱으로 된 모든 상품은 원본이 없는 공산품이며, 이는 현 시대성을 대변하는 표상 중 하나이다. 플라스틱은 TV, 그릇…등 각종 생활용품과 주변 곳곳에 쓰이고 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가열하면 연화하여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작가는 ‘Room series’에서 개인의 수집 또는 타인에 의해 소장된 물건들로 개인이 지닌 정체성을 이야기했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의 방안에 있는 물건들로 화화 표현의 소재로 삼아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어느 서스펜스 영화 속에 주인공이 방을 둘러보며 범인을 느끼듯이 이런 다양한 용도의 용품들은 방주인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경복 작가의 P-gure2Urethane paint on canvas-180x150cm-2014

개인의 정체성은 물건들이 있는 개인 공간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로 가상의 사이버 공간에 놓여 있다. 소통되는 범위가 많아질수록 자아는 사회적·집단적 공간에 놓여 있게 되며, 개개인의 정체성이 모여 현시대의 사회성과 시대성에 노출된다. 참고로, 기업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마케팅에 이용한 것이 있는데, 아이덴슈머 마케팅(idensumer maketing)이란 말이 있다. 소비자의 정체성을 파고들어 똑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다. 아이덴티티(identity)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말이다.
 

이경복 작가의 P-gure3-Urethane paint on canvas-194x112cm(each)2014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소통되어 집단성이 되기도 하는데, 민족의 정체성은 더 나아가 나라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최근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와 2008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불로 무너졌었다. 언론에서는 숭례문 화재를 ‘국치’라고 빗대었고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프랑스가 불탔다’고 했다. 오랜 세월 견디어 온 문화재에 대한 비통한 심경을 다들 느꼈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고, 찍어낼 수 있는 ‘PLASTIC’은 그 나라의 역사와 영혼이 되지 못한다.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 일관되게 고유한 실체로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고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무엇의 대표’, ‘누구의 며느리’…‘나’가 플라스틱처럼 찍어져 나오지만, 진작 ‘나는 누구인가?’

“현시대를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특성으로 사회성에 대한 이해가 사회에 속한 개인이 갖는 자아 성찰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다(작가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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