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는 아무 생각 없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무작정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만 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노동자는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해 늘 자각을 하면서 일하는 사람을 뜻하고…똑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노예로 생각 없이 일을 하느냐, 주체가 되어 생각하며 사느냐 하는 차이다.” 소설가 박상률의 ‘근로자’와 ‘노동자’에 대한 견해다.

‘근로’와 ‘노동’은 비슷한 말 같지만 뜻이 많이 다르다. 사전적으로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다. 굳이 풀이하자면 ‘근로’라는 말은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더 강조하고 있고, ‘노동’은 생각하며 일하는 것이 강조된다.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냐, ‘노동자의 날’이냐 하는 논란도 이 같은 연원에서 비롯됐다. 5월 1일은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 쟁취 파업을 벌인 날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행사를 해 왔다. 하지만 1958년 대한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전신)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날짜가 바뀌었고,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명칭도 ‘노동절’에서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이후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노동’이라는 언어에 담긴 주체성과 역사성 되찾기 운동을 전개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은 유지하되, 날짜는 5월 1일로 옮겨 기념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에서도 ‘근로자의 날’, ‘노동자의 날’, ‘노동절’, ‘메이데이’를 놓고 설전을 벌인 끝에 여야가 ‘노동절’ 제정을 찬성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근로자의 날’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영어 단어를 보면 ‘노동’과 ‘근로’의 뜻이 좀 더 명확해진다. 노동자는 ‘워커(worker)’이고, 근로자는 ‘앰플로이(employee)’다. 이렇게 보면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보다는 ‘노동절’이나 ‘노동자의 날’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 ‘~절’이 국경일에만 사용하는 용어라면 이제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 정도로 바꿔 부르는게 좋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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