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단체 삭발로 대여투쟁 시작
여론전 통한 보수층 결집 나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 기자회견인 ‘문재인 STOP! 대구시민이 심판합니다’에 참석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비롯한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자유한국당이 본격적인 장외투쟁과 민생투어를 시작하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선거제도와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 4당과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은 2일 청와대 앞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국회 삭발식, 지도부 영남권 방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대여투쟁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국당이 이 같이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선 것은 동물국회 비판까지 감수하며 반대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지정된 마당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무게중심이 여당에 쏠린 상황에서 무의미한 원내 투쟁보다는 직접 거리로 나서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박근혜 대표 시절 사학법 등 ‘4대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등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제1야당의 동의 없이는 처리가 어려운 만큼 민생투어 등을 통한 여론전으로 보수결집은 물론 여야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현장 최고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대오각성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초 민주노총이 국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규탄하는 과정에서 국회 담벼락을 파손한 행위에 빗대 패스트트랙을 철회하지 않으면 보수세력의 강도 높은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김태흠, 이장우, 윤영석, 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 등 5명이 참가한 릴레이 삭발식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당은 앞으로 2~3차례 추가 삭발식을 통해 지속적인 여론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대전, 대구, 부산을 잇따라 방문하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이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스톱(Stop), 대구 시민이 심판합니다’에서는 ‘좌파독재’ 등 정부와 여당을 향한 날 선 발언이 쏟아졌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선거제도는 반드시 합의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문 정부는 민생 민생이라고 하면서 ‘국회 파탄’과 ‘패스트트랙’을 강행한 적반하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으로 인한 선거제도는 국민이 찍은 표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비례대표를 선출할 때 표가 적게 계산되는 위헌성을 가진 제도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이 과반수를 넘어 200석을 확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그들 마음대로 국회가 돌아가지 않도록 한국당이 막아서는 것이다”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황 대표도 “우리나라에 검찰도 있고 경찰도 있고 준수사기관도 많이 있는데, 문 정부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웠다”며 “‘경제실종’, ‘민생파탄’, ‘안보실종’에 대한 심판이 두려운 문 정부가 자기 측근들을 내세워 수사권을 뺏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중소기업, 영세업자들 다 무너지고 있는데 이들의 간절한 절규는 듣지 않고 선거법, 공수처법을 강행하는 것은 정부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아니라 자유를 깨는 것이다”며 “좌파독재에 맞서 싸우도록 한국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대구 지역 의원들도 문 정부를 향한 날 선 발언에 힘을 보탰다.

김상훈·윤재옥 의원은 “문 정부 들어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며 “미래에 경제가 나아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통계상 2배 늘었는데, 정부는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장기집권만 쫓는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곽상도·강효상 의원도 “평양에서 있을법한 일이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국민이 경제가 어렵다고 읍소를 해도 문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하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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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전재용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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