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1천300억원 벌금…한국선 자동차관리법상 벌금 1억
미국서 추가 리콜 가능성도…"한국 솜방망이 처벌에 결함 은폐 되풀이"

현대·기아차가 차량 제작결함을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 20일 밤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품질본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
검찰이 현대차의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같은 사안을 놓고 미국 검찰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서로 상당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내 세타2 엔진 리콜이 적정했는지를 두고 미국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SDNY)과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수사를 받아왔다.

뉴욕주(州) 남부의 8개 카운티를 관할하는 SDNY는 미국 내 93곳의 연방검찰청 중 수사력·영향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사이버 범죄 등 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사건들은 SDNY 관할에서 다수 일어난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차량에서 소음과 진동, 주행 중 시동 꺼짐, 화재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2015년 9월 미국에서 47만대를 리콜했다.

1차 리콜로는 엔진 결함 논란이 끝나지 않았다. 현대차가 세타2 결함을 은폐·축소했다는 현대차 내부 제보자의 신고가 2017년 3월 현대 쏘나타·싼타페, 기아 옵티마·쏘렌토·스포티지 등 미국 내 119만대 리콜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결함이 발견된 부분은 엔진 핵심 부품인 ‘콘로드 베어링’이며 2011∼2012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게 결함 원인이라고 설명했었다. 국내 공장에서 제작한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 제보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세타2 엔진 자체에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국토교통부도 조사에 돌입하자 국내에서도 세타2 엔진을 장착한 차량 17만대를 리콜했다.

미국 검찰은 현대차가 2015·2017년 실시한 리콜의 신고 시점과 대상 차종 범위가 적절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검찰도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에 훨씬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처벌 수위 자체가 확연히 달라서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한 뒤 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임직원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현대차는 최대 1억원만 벌금으로 내면 돼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낮은 처벌 수위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결함 은폐가 일어나는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미국에선 차량 결함을 인지한 뒤 5일 이내에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리콜 관련 법규를 위반하면 최대 1억900만달러(한화 약 1천27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내에서 조 단위의 리콜 비용(엔진 수리 비용)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리콜을 축소한 사실이 인정돼 추가 리콜 명령이 떨어질 경우 리콜 비용에 더해 추가 집단소송의 위험도 안게 될 수 있다.

도요타는 가속페달 급발진 사고로 인한 리콜 당시 늑장 리콜로 미국 NHTSA에서 벌금 6천615만달러(약 774억원)를 부과받고, 미국 검찰이 도요타 회장에 대한 기소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합의금 12억달러(약 1조4천억원)을 지불했다. 당시 도요타는 중대한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GM의 경우 차량 점화 스위치 결함과 관련한 리콜 문제로 NHTSA에서 벌금 3천500만달러(약 409억원)를 부과받았다. GM 역시 회장에 대한 형사 고발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9억7천만달러(약 1조3천억원)의 합의금을 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벌금이 가볍고, 결함을 은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커 부적절한 리콜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며 “결함 은폐 시 기업이 물어야 하는 벌금을 1천억원 정도로 대폭 올리지 않는 이상 폐단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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