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경북포럼위원·정치학박사
윤종석 경북포럼위원·정치학박사

건강 백 세를 두고 병원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자주 찾는 동네병원은 언제나 환자가 만원이다. 대규모 종합병원에서 통용되는 3시간대기, 3분 진료와 달리 30분 정도 기다리면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동네병원의 의사는 영업사원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베푼다. 무한경쟁의 시대 의사와 병원도 예외가 아니라는 단적인 사례이다. 예약은 필수, 환자는 차고 넘친다. 물론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건 아니다. 병원의 문턱에서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소수의 의사들의 모습에서 문득 우리 정치인의 영상이 오버랩 된다.

좋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좋은 정치인과 국민의 관계와 같다.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존재는 국민의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정치에는 그들만의 무대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볼썽사나운 진흙탕 리그를 펼친다. 이른바 동물국회이다. 몸싸움방지 법안이 만들어진 2012년 이후 요즘 국회는 그야말로 해외 토픽감으로 과거로 회귀한 것 같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최루탄 사건 이후 2012년 18대 국회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여당일 때 야당과 합의로 도입한 법이다. 이른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 처리를 금지하고, 입법이 마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역시 몸싸움 방지법과 함께 국회선진화법의 주요 내용이다. 아수라장이 된 국회의 배경에는 각 정당의 이해득실이 있다. 선거제도 개혁과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패스트트랙으로 동물국회를 만든 것은 한마디로 여당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기 위해서이고,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과 대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잡기라는 생각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거제도 개혁의 연동형 비례대표는 여당과 한국당에게 모두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거대 양당체제의 단점이 다당 체제에서 보완될 수만 있다면 국민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다. 사법개혁의 공수처 설치 마찬가지이다. 옥상옥이라는데 일부분 공감하고 있으나 그렇게 우려할 것이 못 된다.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정쟁은 제로섬 게임과 같다. 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에서 제로섬게임은 양당체제에서는 어느 한쪽이 손해 볼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 상황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절대 강자만 이득을 독식하는 정치생리에서 사활을 건 특정정당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정치부재력을 비판받는 여당도 마찬가지겠지만, 이쯤에서 존재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선거제와 공수처 관련 패스트트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여론조사를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OK할 때까지 무한서비스를 반복해야 하는 것이 정치이다. 환자의 치료와 의료서비스의 만족도에 따라 의사를 평가하듯이 정치인 또한 4년마다 만족도를 평가한다. 민생과 경제가 사라져 버린 지금 대통령탄핵을 학습한 유권자는 내년 총선에서 어떤 평가와 선택을 할까. 아수라장 동물국회라는 오명 속에 총선이 궁금해진다.

양심이 고우면 정치를 못 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현실의 정치에서 반론하기도 힘들다.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동물국회라고 비하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주인을 대신하는 야누스 무리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속내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무한경쟁의 시대 과잉공급이 경쟁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수요자에게 이익을 제공한다. 경쟁은 서비스만족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히는 수요자의 기회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의 모든 계층에서 경쟁은 당연하며 정당 또한 조금도 다를 게 없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자세가 환자를 위해 경쟁하듯 정당이 그래야 하고 정치인이 그래야 한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치료의 시작이듯 사생결단의 동물국회 해결방법도 오직 대화와 소통에서 시작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