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이다.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일생을 자식을 위해 소진하다가 나중에는 빈 소주병처럼 버려져 세상을 뜬 아버지를 애통해 하는 공광규의 시 ‘소주병’이다.

“내 가난해/ 혼수도 제대로 장만하지 못했구나/ 시부모 섬기고 아내의 도리 지켜/ 언행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라/ 오늘 아침 너와 이별하고 나면/ 언제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평소에는 혼자 삭여왔다만/ 오늘은 격한 마음 누르기 어렵구나” 당나라 시인 위응물(韋鷹物)의 ‘양씨 가문에 딸을 보내며’에는 시집가는 딸이 시집살이를 잘 하길 비는 아버지의 깊은 부정(父情)이 배어 있다.

“아버지가 너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구나. 이 사랑은 네 나이만큼 오래된 사랑이다” 영국 시인 워즈워드가 어른이 된 딸에게 보낸 편지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도 딸에게 애틋한 아버지의 정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내가 너를 아가라 부르는 걸 기분 나빠 하지말라. 네가 아무리 나이가 들고, 키가 자라도 이 아버지에겐 언제나 아기란다”

일 년 열두 달 365일이 어린이 날인 미국엔 ‘어린이 날’은 없다. 그러나 ‘아버지 날’은 있다. 6월 셋째 일요일이 ‘아버지 날’이다. 미국에서 ‘아버지 날’이 정해진 것은 ‘어머니 날’이 정해진 2년 뒤였다. 워싱턴주에 살던 도드라는 여인이 일찍 어머니와 사별하고 아버지 혼자서 5남매를 길러낸 아버지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자신이 다니던 교회 목사를 설득, 의회에 청원 제정됐다. 미국이 ‘아버지 날’은 한 여인의 효심으로 탄생됐다.

어느 여성의원이 페이스 북에 “니들 아버지는 그 때 뭐 하셨지”라는 글을 올려 고개 숙인 아버지들의 마음을 후벼 파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내일은 ‘어버이 날’. 하늘 같은 아버지 마음을 모독한 망언에 용서를 빕니다. “아버지 참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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