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조성…2016년 굴착 시작
2017년 지진 이후 가동 중단…포항시, 완전 폐쇄 요구

6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계리에 위치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내에 쌓여진 폐기물 뒤편으로 사무실과 연구 장비들이 보인다. 류희진 기자
“지열발전소랑 비슷한 원리로 돌아간다던데…무섭고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6일 오전 찾은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위치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 시설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으나 ‘지진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가까이서 본 저장시설에는 수개월째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저장시설 내부에는 사무실로 보이는 컨테이너와 몇몇 장비들, 연구 중 발생한 폐기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 2011년 정부는 포항 장기면 학계리와 영일만 바다에 각각 육상·해상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산화탄소 저장이란 화석연료로 인해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액체와 기체의 중간상태로 만든 뒤 압력을 가해 해저 800m가량 깊이의 암반층에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산화탄소 육상 저장 실증연구를 위해 1만t급 시설을 만들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장기면 육상 저장시설은 지난 2012년부터 추진돼 2016년 굴착을 시작했으나 2017년 11월 가스주입정을 800m까지 파낸 시점에 발생한 포항지진 이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영일만 저장시설 또한 201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과 손을 잡고 이산화탄소 해상 저장 실증연구용으로 세워진 뒤 2016년 11월 이산화탄소 100t 시험주입이 끝난 상태에서 포항지진으로 연구와 가동을 중단했다.

이렇듯 저장시설이 운영 중단된 상황에서 지난 3월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포항시는 지열발전소를 비롯해 2곳의 이산화탄소 저장시설도 완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6일 포항시 남구 장기면 학계리에 위치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이 연구가 중단된 채 굳게 잠겨 있다.류희진 기자
이와 함께 저장시설 인근 주민들 또한 깊은 땅속에 구멍을 뚫어 물을 넣는다는 개념이 지열발전의 원리와 비슷한 탓에 평생 살아온 고향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점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저장시설과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시추를 담당했던 업체가 같은 회사로 밝혀지며 불신감은 더욱 커졌다.

장기면의 한 주민 A(62)씨는 “저장시설에서 100m도 채 안되는 곳에서 살고 있다”며 “현재 시설의 가동은 멈췄지만 파낸 땅은 메꿨는지 원상복구는 할 예정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괜한 불안감이 커진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다른 주민 B(59·여)씨는 “몇 년 전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와 뭘 짓는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탄소 저장기술은 지열발전과는 유체 주입 압력, 깊이 등에서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며 주입된 유체가 100만t 이하인 경우는 지진 규모가 1.0에도 못 미치는 미소 지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포항시민들은 ‘1.0 미만 규모 지진도 언젠간 또 다른 큰 지진을 유발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원상복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정부에 대해 주민 불안감 해소와 안정적인 생활환경 보장을 위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완전 폐쇄 및 원상복구를 계속해서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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