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과학기구, 파리서 7차 총회…"인간 생산·소비 근본적 변화 있어야"
서울대 서영배 교수 IPBES 부의장 재선출

2000년 이후 지구에서 매년 평균 650만㏊의 산림이 사라졌으며 전체 생물 종 가운데 100만 종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멸종위기라고 지적된 100만종은 현존하는 동식물 전체 종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4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전 지구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 평가에 대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보고서’를 채택해 6일 발표했다.

현재의 생물 멸종 속도는 지난 1천만년의 평균보다 수십∼수백 배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천600년 이후 척추동물은 최소 680종이 멸종했고, 고기를 위해 가축화된 포유류 559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재 전 세계 양서류의 40% 이상과 해양 포유류의 3분의 1 이상, 상어와 어류의 3분의 1가량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밝힌 생물 종 100만종은 현존하는 동식물 전체 종의 8분의 1가량으로, 이중 50만종 이상은 장기 생존을 위한 서식공간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대부분 인간이었다.

생물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은 도시화 등 인간의 토지 이용행태 변화에 따른 동식물의 서식지 감소가 꼽혔다. 이어 인간이 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가 두 번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세 번째 위협요인으로 제시됐다.

이런 원인으로 인해 6천6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한 뒤 처음으로 지구가 대멸종(mass extinction)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아울러 보고서는 과거 50년간 식량 등 자연이 주는 물질적 혜택이 늘었지만, 인간의 온실가스 저감과 수질 정화, 자연 체험 등은 오히려 줄었다고 경고했다.

2000년 이후 매년 평균 사라진 650만㏊의 산림은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과 비슷하다고 한다.

산림 훼손과 생물 다양성 감소는 토지이용, 남획, 기후변화, 오염, 침입 외래종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인류가 혁신적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생태계 서비스)이 2050년까지 계속 줄 것이라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인간 역시 단기적으로는 멸종 위기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 생존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연구에 참여한 한 학자가 지적했다.

IPBES의 공동의장인 독일 헬몰츠 환경연구소의 조제프 세텔레 박사는 AFP통신에 “장기적으로 (인간이 생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인간이 멸종하면 대자연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갈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물의 멸종을 막으려면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전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로버트 왓슨 IPBES 전 의장도 “인간은 전 지구적으로 경제, 생계, 식품안전, 건강, 삶의 질의 토대를 스스로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2016년부터 3년간 50개국의 전문가 460여 명이 참여했으며, IPBES의 파리 총회에는 104개국 정부와 국제기구 관계자, 전문가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2020년 중국 쿤밍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5차 당사국 총회 논의에 반영되고, 당사국의 정책 변화와 즉각적 행동을 촉구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그 감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며 “국내 정책도 보고서 내용에 발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약학대학 서영배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IPBES 부의장으로 재선출됐다. 서 교수는 2016년에도 부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의장 1명, 부의장 4명으로 구성된 의장단의 임기는 3년이며, 제8차 총회는 2021년 1월께 모로코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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