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7시 50분, 경북 청송군 안덕면에서 70대 할머니가 오토바이에 부딪쳐 머리를 크게 다쳤다. 안덕 119는 사고를 접수하고 닥터헬기를 요청했다. 안동병원 항공의료팀은 즉시 현장으로 날아갔다. 헬기에 오른 김정운 응급의학과장은 헬기에서 권역외상센터에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대기 중이던 의료진은 환자가 도착하자 즉시 수술에 들어갔다.

경북 닥터헬기는 3일 하루에만 이 같은 중증환자를 6명이나 실어 나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 날 하루 청송을 비롯해 영주의 질식 환자, 의성의 요추 골절, 상주의 중증 외상, 문경의 심혈관계 환자, 청송 약물중독 환자 등을 닥터헬기로 권역의료센터가 있는 안동병원으로 이송했다. 그간 1일 5회 3차례, 4회 28차례 출동이 있었지만 6회 출동 기록은 처음이다. 안동병원이 운영하는 닥터헬기에는 의료팀 17명, 운항과 12명 등 30명이 대기 체제를 갖추고 있다. 경북 닥터헬기는 5년 10개월 만인 지난 3일까지 2139회 임무를 수행했다. 전국 최고 실적이다.

선진국의 기준은 경제력과 사회 기반시설, 국민의식 수준 등을 거론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도 중요한 잣대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늦은 2013년 7월 닥터헬기를 도입한 이후 경북을 비롯해 인천, 전남, 강원, 충남, 전북 등 6곳에 두고 있고 경기도에도 곧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경각인 지경에 헬기가 내릴 수 있는 장소를 한정해 두고 있어서 문제다. 소위 ‘임계점’이란 것인데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828곳이 지정돼 있다. 경북처럼 산간 오지가 많은 곳에는 학교 운동장이든 논바닥이든 안전성만 확인 되면 응급환자가 발생한 곳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닥터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법이 가로막고 있다. 하루빨리 닥터헬기 운용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기동의료와 응급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4시간 닥터헬기, 소방헬기가 뜰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의 절규를 들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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