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또 52만 포항시민을 기만했다. 정부의 투자 압력이 고조되던 지난해 3월 5000억 원 규모의 ‘서울 숲 청소년 창의마당’ 투자를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포항에 투자키로 했던 1조 원 규모의 침상코크스 공장 건설 계획이 없던 일이 됐다. 그것도 광양에 있는 기존 공장을 증설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포항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가 이럴 수 있나"면서 광양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 또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표면적으로 침상코크스 t당 가격이 3800달러에서 2000달러 이하로 반토막 났기 때문이라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포스코가 불과 두 달 전 포항 투자를 약속해 놓고 이 같은 가격변동을 이유로 내 놓는 것은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대기업 포스코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면서 불과 한 두 달 뒤의 가격 변동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 포스코 창립 50주년에는 포항시민은 물론 300만 경북 지역민이 함께 축하하며 상생 협약까지 맺지 않았는가. 포스코는 또한 모토를 ‘위드 포스코, 위드 포항(With POSCO, With POHANG)’이라 내 세우며 포항에 엄청난 투자를 할 것으로 공언했다.

심지어는 지난해 11월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 했을 때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포스코가 투자하는 45조 원 중 절반 정도는 포항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게 전달하는 등 꿈에 부풀어 있었다. 포항시의회는 ‘포스코 포항 투자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당시 포항시의회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포항시민의 땀과 희생, 무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투자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그간 포스코는 서울 포스코센터 근무 인력의 포항 재배치 등의 모습은 보였지만 시민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투자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투자 계획 가운데 단일 투자 규모로는 가장 큰 규모로 알려 진 포항침상코크스공장 설립 보류는 충격적인 사태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도 포스코는 포항시민의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이런 저런 포항 투자 계획을 준비할 것이다. 포스코는 본사가 있고, 포스텍과 방사광가속기 등 연구 기반이 모두 있는 포항을 두고 다른 지역에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것이 포스코를 위해서도 타당한 결정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포항시나 경북도도 지난해 포스코와 협약에서 3년 내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했는데 2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어느 것 하나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포스코의 투자 제안에 이런 저런 규제를 한 부문이 없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경북은 구미시의 산업이 붕괴 됐고, 제 1도시 포항 시의 산업도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전 도민이 그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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