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향기로운 장미꽃이 피어나는 계절의 여왕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 15일 스승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정의 달의 역설’이라고 할 만큼 어두운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시흥의 도로 가에 주차된 한 차량 안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어린이 날, 2살과 4살 어린아이까지 부모와 함께 숨져 있었다. 주물공장에 다니던 가장은 7000만 원 빚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하루 뒤인 6일에는 서울 목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 1층에서 35살 여성이 자는 데 시끄럽게 한다며 부모와 다투고 몸에 기름을 부어 분신했다. 소방서가 출동해 불은 껐지만 이 여성은 현장에서 숨졌다. 딸을 말리던 어머니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아버지도 팔 등에 화상을 입었다. 이 젊은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왔지만 합격하지 못하는 등 취업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 가정의 달에 이 같은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다른 가정은 행복한 데 나만, 우리 가족만 불행하다는 비교하는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의 달의 역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유럽에서도 봄철 자살률이 높아서 이를 ‘스프링 피크’라고 한다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심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통계를 보면 2017년 한 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 수가 1만2463명인데 이중 5월 중에 1158명이나 차지해 12달 중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통계는 매해 마다 비슷한 양상이다.

심리 상담 전문가들은 서양이나 중국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은 부모가 가지고 있는 ‘전능감’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가 아이들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이 비극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극단적 선택도 가정의 달에 유독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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