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 포항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부이티레씨 가족

포항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이티레(29)씨 가족.
포항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이티레(29)씨 가족.

“다문화 가족을 돕는 결혼이주여성입니다.”

포항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베트남어 통번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이티레(29)씨.

국제결혼으로 포항에 정착한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을 돕는 일로 하루가 바쁘다.

국적 취득 관련 서류번역을 비롯해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지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국적을 취득해 ‘윤현지’이라는 이름을 얻은 그녀 역시 처음부터 한국어에 능통했던 것은 아니다.

지인의 소개로 2014년 남편을 만날 당시만 해도 서로의 언어를 몰라 휴대폰 번역 어플을 사용해 대화할 정도였다.

그녀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었지만, 남편이 들려준 한국음악으로 서로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며 “당시 남편이 들려준 다비치의 ‘편지’와 이승철의 ‘my love’를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결혼 이후 2015년 5월 포항에 정착해서도 언어와 문화차이로 힘들었다.

“말도 안 통하는데…집의 천장이 베트남보다 낮아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심정이었고, 저장문화가 발달한 한국음식 역시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다문화센터를 알게 된 이후에야 차츰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문화센터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이후 매일 열심히 공부했고, 2017년에는 통역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보람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 조금은 약한 이들 돕는다는 것에 감사했다. 봉사하면서 더 큰 힘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통·번역과 관련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욕심에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했다. 때마침 2018년 채용 공고가 났다. 이와 함께 새 생명도 찾아왔다.

“사실은 한번 유산 경험도 있고, 그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시험관까지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갑자기 자연임신이 돼서 기뻤지만, 소중한 뱃속 아기를 지키면서 취직까지 할 수 있을지…여러 생각이 밀려 왔었다.”

이때 남편의 응원은 큰 힘이 됐다.

“경험 삼아 도전해봐라. 안되면 아기 잘 키우면 된다”는 남편의 말이 든든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는 ‘통번역지원사’ 합격 후 면접관의 질문에 침착하게 답했다.

‘임신 중인 사람을 누가 뽑겠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면접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도착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

합격 소식을 통보받은 그녀는 “믿을 수 없이 기뻤다. 출산휴가 3개월을 제외하고 근무 중이다”고 말했다.

매일 다양한 사람들이 다문화센터를 찾는다. 잘 적응한 사람도 많지만, 힘든 사람도 많다.

“힘든 삶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부부간 대화가 안 되는 게 큰 문제다. 문화 차이를 비롯해 부부간 나이 차이, 세대 차이, 시부모와 겪는 고부갈등도 많다”며 “결혼 이주 여성과 그 가족 모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에게는 “대가족 문화인 베트남 이주여성들은 효성이 깊다. 3~4세 아기를 대하듯 천천히 가르쳐주고 보듬어 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친부모처럼 잘 섬길 것”이라며, 결혼이민자에게는 “본인을 위해서라도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 역시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한국어를 익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희망을 묻자 “자녀를 건강하게 잘 양육하면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구성원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통·번역사가 되는 것”이라며 “남편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받은 많은 것들을 베트남 교포들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다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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