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전 포스코회장 당시 신성장동력 원천소재 산업의 하나로 지목한 포항침상코크스 공장 건설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포스코와 포항시, 경북도 등은 사업의 무산에도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계획했던 포항침상코크스 공장은 단순 투자 비용만 7000억 원, 부대 연구 시설 등을 합치면 조 단위 사업으로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등에 엄청난 부가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사업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사업이 포항에 계획됐다가 무산 됐는데도 포항시와 경북도는 포스코와의 협의 과정이나 내용 등에 대해 함구한 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연일 경북일보 등 지역 언론을 통해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책임 있는 담당자들의 해명이나 한 줄 논평도 없었다. 포스코케미칼 또한 불과 수 개월 만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가 접게 된 배경이나 포항시나 경북도와의 협의 과정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 입에서 그간 잘 진행되는 듯하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일부에서는 포항시가 지난해 말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한 환경감독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에 밀월관계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등의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 포항시가 지난해 예년의 10배 수준인 29회의 환경단속을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로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 계획이 하루아침에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거나 지난해 연말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 부임 이후 갑자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침상코크스는 일본 미쓰비시 화학의 기술을 바탕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콜타르에서 기름 성분을 제거하고 열처리 공정 등을 거쳐 만들어지는 바늘 모양(針狀)의 고탄소 덩어리를 생산하는 차세대 소재 산업이다. 침상코크스 사업은 포스코가 철강일변도의 사업에서 사업 다변화와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소재, 이차전지 소재 등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이 사업이 광양이나 다른 지역에 집중 투자 될 경우 포항시나 경북도로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포스코의 차세대 사업 기반 자체를 타지로 뺏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포스텍에서 포스코케미칼 민경준 사장과 포스텍 김도연 총장이 탄소화학소재와 에너지소재 분야 연구 역량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탄소소재와 이차전지소재, 화학소재 등 세 분야의 공동연구로 산업화를 촉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신소재 연구개발의 기반이 포항에 있는데도 포스코가 지역 투자를 꺼리는 것은 포항시나 경북도의 소극적 대응이 빚은 결과로 볼 수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말로만 “기업 유치, 기업유치” 할 것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 의식을 갖고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당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만나 지난해 했던 투자 약속 이행 등에 대해 따져야 한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일이 이렇게 되도록 무슨 노력을 했나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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