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중학교를 졸업하기 약 2주 전쯤이었으니 그때가 2월 두 번째 주이자 마지막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국어과 담임 박진철 선생님께서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과는 마지막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은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때가 1959년쯤이었다. 우리나라는 1910년 8월 29일 일본에게 강제로 병합 1945년 8월 15일까지 36년간 식민지통치를 받았으며 그로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 3년간 미국이 신탁통치를 그리고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될 때까지 남북으로 갈려 싸웠다. 지금도 싸움이 끝나지 않고 휴전상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은 물론 국가도 지구 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난한 민족이 됐다. 지금은 중학교 고등학교는 그만두고 대학교를 누구나 다니며 공부할 수 있지만 그땐 자식을 가르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

그런 생활 속에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 쉽지 않았다. 그때 대도시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는 것 자랑이었으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히 농촌 등 시골에서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가기 위해 대도시로 유학을 가야 했다. 뿐만 아니라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사람이 졸업생 중 5분의 1도 못 되는 그런 때라 박진철 선생님의 말씀은 상급학교 진학을 못 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에 대한 말씀이었다. 그 선생님께서는 “여러분 지금부터 선생이 하는 말을 잘 듣고 명심하고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며 하신 말씀이 “이제 며칠 후면 학생 여러분들은 이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모두가 흩어진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학생, 또는 일할 곳을 찾아 직장으로 가야 하는 사람, 아니면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도와야 하는 사람 등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런 말씀을 하시며 “무엇을 하던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자세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특별히 너희들에게 당부한다”며 “사람이면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 같지만 각기 다르다며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꼭 있어야 할 사람 그렇게 구별할 수 있는데 여러분은 어디를 가던 그 조직, 그 사회에서 꼭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돼 주기를 특별히 당부한다고 강조하셨다.

중학교 3년 동안 많은 선생님이 계셨지만 머릿속에 각인 된 말과 선생이 있었다면 바로 박진철 선생님이고 그 선생님이 하셨던 그 말이다. 그 선생님은 내 가슴 속 깊숙이 자리 잡고 내 삶을 지켜보시며 잘 못된 언행을 하는 것 같으면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돼” 라고 타이르며 “권력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권력을 잃은 뒤를 생각해 보면 십중팔구는 비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또 재물 많이 가졌다고 마냥 행복한 것 아니다” 라며 사람이 옳지 않은 길, 가서는 안 되는 길, 탐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 그 선생님 말이 맞아. 삶! 산다는 것 박진철 선생님 말씀과 같이 내가 사는 곳 내가 속한 조직에서 만이라도 똑바른 사람, 행실이 올바른 사람, 그 사람 하는 일이면 틀림없어 털어 먼지 나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수시로 뒤돌아보며 살고 있다.

물론 살다 보면 순간순간 하는 판단에 오류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고의성이나 의도적으로 좋지 않은 생활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른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 언제나 어디서나 몸담은 곳에서 꼭 있어야 할 사람,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이 되어 주실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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