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늙은 어부의 그물에 황금물고기가 걸렸다. 물고기는 어부에게 자신을 바다로 돌려보내 주면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귀가한 남편에게 그 말을 들은 어부의 아내는 남편을 황급히 바다로 돌려보내 빨래통을 얻어오게 했다. 바다로 돌아온 어부는 황금물고기에게 빨래통이 소원이라고 말하자 빨래통 소원이 이뤄졌다.

멋진 빨래통을 본 아내는 욕심이 발동했다. 남편을 시켜 살고 있는 누추한 오두막 대신 고대광실 집을 얻어오게 했다. 요구하는 대로 소원이 척척 이뤄지자 더욱 탐욕스러워진 아내는 대저택에서 하인들을 부리는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늙은 어부는 염치없이 계속 부탁하는 아내의 욕심과 연신 물고기에 굽신거려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엄처시하의 어부는 아내의 요구를 물리칠 수 없었다.

탐욕이 절정에 달한 아내는 여황제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황제가 된 아내는 자기와 코드가 맞는 귀족들을 부추겨 늙은 남편을 황궁에서 쫓아냈다. 아내의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황금물고기를 다스리는 용왕이 돼 자신의 끝없는 욕심을 이뤄보고 싶었다. 쫓아낸 남편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 황금물고기에게 용왕이 되게 해 달라고 바다로 보냈다. 늙은 어부로부터 소원을 전해 들은 황금물고기는 입도 뻥긋 않고 꼬리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뒤돌아 선 어부는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바닷가에는 아내가 서 있고, 그 곁에는 망가진 빨래통과 누추한 오두막이 있었다. 지나친 욕심과 과유불급의 허망함을 가르치는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어부와 물고기의 우화’다.

권력을 잡으면 자신을 위대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건드리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과대망상의 과욕을 부린다. ‘20년’, ‘50년’, ‘100년’ 집권론을 외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내년 총선 목표 ‘260석’ 호언장담은 푸시킨의 우화 속 ‘어부의 아내’를 생각하게 한다. 여권의 같은 편 안에서도 “국민을 우습게 아는 발언”이라 했다. 떡 줄 국민 생각은 않고 김칫국부터 너무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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