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청.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운전자는 정상적으로 운행했으나 보행자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블랙박스도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승용차 운행기록장치(EDR) 분석을 통해 102㎞로 과속 운행하다 사고를 낸 사실을 밝혀 운전자를 구속했다. 일종의 데이터 기록용 블랙박스인 EDR에는 충돌 사고 시 충돌 신호를 검출해 사고 전 5초~사고 후 0.3초 사이의 데이터를 저장하며, 차량 속도와 가속페달 상태,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오르막길에서 앞서 있던 화물차와 뒤에 있던 승용차가 충돌한 사고에서 화물차 운전자는 뒤따르던 승용차가 출발하면서 추돌했다고 주장했고, 승용차 운전자는 화물차가 밀리면서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화물차 운행기록장치(DTG) 분석과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통해 화물차가 뒤로 밀리면서 승용차를 충돌한 사실을 입증해 사고원인을 규명했다. DTG에는 차량 속도와 RPM, 운전시간 등 운행 데이터가 1초 단위로 저장된다.

교통사고 조사도 첨단 과학분석 시대를 달리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교통수사 과학분석실을 중심으로 한 과학적 조사시스템을 통해 급변하는 교통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교통수사 과학분석실은 거짓말탐지기 운용과 교통사고 데이터에 대한 전문적·공학적 분석을 실시하는 조직으로, 사고에 대한 교통공학적 분석을 담당하는 ‘교통공학 분석전문관’, 거짓말탐지기로 운전자에 대한 진술을 분석하는 ‘거짓말탐지기 분석전문관’, 각 분야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종합적 결론을 도출하는 ‘교통수사 전문관’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서 주요사건의 초기 조사단계부터 참여해 분석을 통한 현장지원업무를 수행하고 법률 해석 등 교통수사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교통공학 분석전문관’은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관련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들로, 교통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사업용 자동차 운행기록장치(Digital Tacho Graph), 영상복구·개선 프로그램,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 등을 운용해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2017년 29건에 불과했던 분석 건수는 지난해 85건에서 올해 1~4월에만 220건으로 증가했다.

이대헌 교통조사계장은 “과학수사와 협업해 사고현장에 공동출동하고, 혈흔 형태 분석과 DNA 감정 등에 관한 세미나 개최, 연구모임 운영 등 교통조사 역량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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