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생명공학과 신근유 교수팀, 후성유전학적 조절로 성장 억제
다른 암 치료 적용 가능성도 확인

포스텍 생명과학과 신근유 교수(왼쪽)·박사과정 김성은 씨
포스텍(포항공대, 총장 김도연) 연구팀이 암 성장 막는‘헷지혹’으로 방광암 잡는 치료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방광암은 방광의 점막에 생기는 암이다. 초기부터 빨간색 피가 소변으로 섞여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는 근침윤성 종양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이가 유도돼 치료가 힘들어진다. 국내 연구팀이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근침윤성 방광암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신호전달체계 ‘헷지혹’의 발현을 조절해 방광암의 발생과 성장을 줄이고, 방광암의 유형을 변화시켜 치료가 쉽도록 암의 성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신근유 교수·박사과정 김성은 씨팀은 서울대학교 비뇨의학과 구자현 교수팀·포스텍 생명과학과 김상욱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통해 헷지혹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방광암 내의 암 줄기세포의 분화를 유도하고 암의 성질을 바꾸어 암 성장을 저해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지 최근호에 게재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헷지혹 신호체계에 의해 조절되는 종양 미세환경과 암 줄기세포와의 상호작용이 암 줄기세포(red)와 분화된 암세포(green)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팀은 지난 연구를 통해 방광암은 방광 내 성체 줄기세포의 유전적인 변형이 축적돼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헷지혹 (Hedgehog)’이란 신호전달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밝혔다.

방광암 발생 시 헷지혹 유전자의 발현이 점차 사라지게 되는데 암이 완전히 진행된 3-4단계 (Grade 3-4)에 도달하면 헷지혹 신호는 완전 소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암 발생 중에 헷지혹 발현을 조절해 다시 증가시킨다면 암을 발생과 성장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헷지혹 신호의 조절을 위해 연구팀은 먼저 헷지혹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이유가 암 발생 과정 중의 유전학적인 변화가 아니라 후성유전학적으로 소멸이 된다는 것을 밝혔다. 즉 헷지혹의 소멸이 DNA 염기서열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후성유전학적 원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통해 방광암 발생 시 헷지혹이 발현되도록 유도했고 이 방법을 통해 방광암 초기 단계에서 암 생성을 완전히 저해시켰다.

또 성장이 진행된 방광암에서 후성유전학적으로 증가시킨 헷지혹 신호전달 체계가 방광암에서 암 줄기세포로 생각되는 기저 타입(basal type)의 암세포를 좀 더 예후가 좋고 치료가 수월한 형태인 루미날 타입(luminal type)으로 변환시킴으로 방광암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부터 밝혀진 헷지혹 신호조절을 통한 암 성장의 억제 기작은 방광암뿐만 아니라 전립선암, 대장암 등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연구 결과를 다른 암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신근유 교수는 “이 연구가 더 발전된다면 여러 암종에서 헷지혹이라는 신호전달 체계와 이를 조절하는 암 미세환경을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표적 항암 치료법과 신약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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