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경험으로 동료 목숨 구했죠"

성정희씨
성정희씨

뛰어난 관찰력으로 바다 한가운데에서 의식을 잃은 동료를 구한 한 해녀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선행의 주인공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 어촌계 소속 성정희(67)씨다.

지난 3일 오전 11시께 남구 장기면 영암2리 앞 바다에서 성 씨는 아침 물질을 마치고 뭍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께 바다에 들어온 동료 해녀들의 모습을 보던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물질을 하던 해녀들의 수보다 해산물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부력 도구인 부이(Buoy)의 수가 하나 더 많았던 것.

일정 거리를 두고 작업을 하는 탓에 확실한 판단은 내릴 수 없었지만 5분여가 흘러도 부이 근처로 오는 해녀가 없자 불안감을 안고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부이에 도착한 정희씨는 홀로 있는 부이에서 약 10m 떨어진 곳에 동료가 하늘을 보고 누운 자세로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도감을 느끼려던 찰나, 새파랗게 질린 입술색과 움직임이 전혀 없는 동료를 확인한 정희씨는 곧바로 그녀를 뭍으로 끌어냈다.

당시 정희씨가 구조한 동료 해녀는 의식을 잃은 채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젊은 시절 간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그녀는 119에 신고한 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흉부 압박과 인공호흡을 시작한 지 2∼3분이 흘렀을까, 숨을 쉬지 않던 해녀는 물을 뱉어내며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정희씨는 119 구조대가 도착할 때 까지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며 동료가 의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 동료 해녀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으며 건강을 회복 중이다.

성정희씨는 “수십 년 전 간호사를 했다고 하지만 막상 구해놓고 보니 어찌할 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본능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었고 다행히 의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니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헤엄치기 시작했다”며 “우리 모두가 심폐소생술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숙지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응급상황에 잘 대처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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