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축소를 전제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의원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민주평화당이 국회의원 정수 300석을 고정한 채 비례대표 수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찬반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초 국민 여론이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데다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힘겹게 올린 상황에서 의원정수 확대론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당인 민주당은 의원 수 확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제1야당인 한국당 역시 모든 것을 원천무효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이처럼 여당과 제1야당이 의원정수 확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구 통폐합이 최대 난제로 떠오르면서 의원 수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선거제 개편안은 지역구 28석 축소를 전제로 하는데, 의원들 간 밥그릇 싸움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현재보다 10석이 축소되고, 영남권 8석 안팎, 호남권 7석 안팎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300명은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적은 숫자”라며 확대론에 불씨를 당겼다.

반면, 의원정수 증원에 반대해 왔던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패스트트랙에 성공했으니 이제 가면을 벗고 의원정수 확대라는 악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철회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편, 선거법 개정안 논의 단계에서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은 의원정수를 330석으로 확대하고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지만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안에 담았다.

따라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지역구 의원의 반발을 잠재울 ‘의원정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여의도 정가에서는‘동물국회’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편안이 2주도 지나지 않아 꼼수로 의원 정수를 늘리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기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의원정수를 확대하지 않고 지역구만 줄이면 선거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 역시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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