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文대통령 일대일 회담’ 요구…회담 형식·의제 난항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담과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재가동을 제안하면서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을 통해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와의 회담을 제안했다. 우선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형식의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담’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이번 달을 회담 목표 시점으로 잡고, 여야 지도부와 의견을 교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지도부를 고루 접촉한 결과 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논의를 잘 진행시켜 이번 달 안에는 무조건 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아세안 3개국 순방 직후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했으나 일정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이번에 회담이 성사된다면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첫 회동을 하게 된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갈등은 물론, 내년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격화하는 여야의 신경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따른 대북정책 공방 등으로 정국은 꼬일 대로 꼬인 상태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최소한 꼬인 정국을 풀 실마리는 찾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에는 국회 복귀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환영하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이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은 회담의 의제와 형식을 모두 문제 삼고 있어 성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식량을 나눠주는 문제만 이야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문 대통령이 전날 대담에서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 의제로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민주당은 유연하게 의제 조율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대표는 “시급한 민생 현안을 비롯한 국정 상황 전반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제는 회담 준비 과정에서 얼마든지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정 의제를 두고 ‘이 사안은 무조건 안 된다’고 선을 그어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런 입장을 밝히자 황 대표는 다시 여야 5당 대표가 모두 만나는 회담보다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단독으로 만나는 ‘영수회담’ 형식의 만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제 전반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틀을 통해 영수회담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가능하다”며 “일대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정치공학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끼워서 하면 여러 협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1야당과 협의할 수 있는, 우리도 대통령께 우리의 뜻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 대화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울산시 북구 매곡산업단지 내 한국몰드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면서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 필요성을 수긍하고 있다.

또한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대표 만남에 적극적으로 응하겠지만 만시지탄”이라며 “당 대표가 된지 10개월이 다 돼가는데 처음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소통을 위해서는 수시로 만나야지 연례행사처럼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통화에서 “지금 상황은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여야가 함께 논의하는 게 필요한 타이밍”이라며 “남북관계 뿐 아니라 폭넓게 의제를 가져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과는 별개로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도 강조한 상태다.

여야정 협의체의 경우 ‘상설화’에 합의해 분기별로 개최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1월 첫 회의 이후 아직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출국에 앞서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 등과 관련한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경우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면 좋겠다는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밝힌 바 있다.

여야 5당 모두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그것 하나만 갖고도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보는 것도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에 앞서 참석 범위를 둘러싼 신경전이 예상된다. 한국당이 참석 범위는 ‘여야 5당’에서 ‘교섭단체인 여야 3당’으로 축소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생색내기용 여야정 협의체는 안된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말하는 협의체는 한국당을 들러리로 세우는 5당 협의체, 범여권협의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평화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생문제에 대한 ‘쓴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려면 지난해 협의체 회의처럼 평화당과 정의당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보다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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