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 차단 마련…실질적·구체적인 지원책 담아야"
"주민 갈등 차단 마련…실질적·구체적인 지원책 담아야"
  • 손석호 기자
  • 승인 2019년 05월 12일 19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13일 월요일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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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 공청회
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 공청회가 지난 10일 포항시청에서 열리고 있다. 참석 전문가들과 피해 주민 등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을 더욱 충실하게 하기 위한 전문가와 시민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11·15 포항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주관, 포항시·포항시의회가 주최한 ‘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 공청회’가 지난 10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는 피해 지역 주민과 범대위·공동연구단 등 3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이 지난달 1일 발의한 포항지진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상정된 상태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시에 특별법(안) 의견조회를 요구함에 따라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경북대 신봉기 교수(법학전문대학원장)의 특별법 설명, 전문가·주민대표 등의 자유 토론, 질의·의견제시 순으로 진행됐다.

신봉기 교수는 포항지진과 관련한 2건의 법안인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의 목적과 정의 등 주요 내용을 먼저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특별법에 도움이 되기를 전제로 “법안의 도시재건 부분 등에 내용의 구체성이 부족해 향후 주민 간 갈등 소지가 있을 수도 있는 만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며 “또 포항지진의 ‘특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피해자 개념 등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나치게 완벽하게 법을 준비하려면 오히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 국회에서 논란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법안을 도출해야 한다”며 “경남 밀양 지역에서 불거졌던 ‘송전·변전 시설에 주변 지역 지원 및 보상에 관한 법률(송주법)’ 사례에 비춰 (마지막에 가서 발생하는)주민 간의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노력을 포항시 등이 미리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어진 법률·경제·도시재건 등 전문가 자유토론에서도 각자 분야별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토론에는 공봉학 변호사, 김상민·김민정 포항시의원, 김홍제·유한종 지진 피해 주민 대표, 김병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김경대 한동대 교수, 양만재 11·15 포항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연구위원, 김경대 포항도시재생위원장, 이재춘 전 경북관광공사 사장 등이 참여했다.

먼저 공봉학 변호사는 “‘포항지진은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특별법에 명기해야 한다”며 “선언적 의미를 담은 문구를 넣어 원인과 배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해 소모적인 논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별법안에 제기된 배상·보상을 위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재건(심의)위원회에 피해 당사자는 물론 피해 지역인 포항시민이 적어도 3분의 1이 참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우리 손’으로 성의 있게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김홍제 주민 대표는 “지진 피해가 심각한 흥해는 내진 설계가 없는 노후 건물이 많고, 주택 가격도 낮으며 주민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 설명하며 “따라서 배상·보상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만큼 도시 재건을 넘어 신도시를 건설해야 하고 역사가 깊은 원래의 읍내 지역에 다시 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한종 대표도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인 피해주민에게 각종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라고 개선을 요구했다.

김상민 시의원은 “특별법 발의에 ‘속도 경쟁’이 아닌 시민 의견 반영과 법률 내용의 ‘충실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피해 구제 핵심인 ‘경제 활성화 지원’ 조항이 추상적이어서 세금 감면이나 특례 조항, 도시 재건에 피해 주민 참여의 명문화 등을 담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시의원은 “포항지진이 촉발 지진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곧바로 자유한국당 당론으로 특별법안을 제출했기에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다”며 “속도를 더 내서 이번 20대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김병태 대경연 연구위원은 “배·보상 방법과 관련, 울진지역 원전 사례나 제주 특별회계처럼 기금을 조성해 향후 계속해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국가 공공기관의 포항 이전, 지역 산업단지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책이 (시행령 등으로)만들어 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양만재 연구위원은 “장애인은 재난에 매우 취약한 만큼 법률안도 장애인 시각에서 보강돼야 한다”며 이어 “포항 지진의 교훈과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지열발전·CO2저장시설·셰일가스 등 관련 시설 개발이나 사후 규제에 관한 ‘포항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대 도시재생위원장(한동대 교수)은 “경주 고도특별법에 참여한 경험에서 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 10년이 걸릴 정도로 과정이 쉽지 않고, 재산상 피해보상도 30조 원으로 계산했지만 실제 예산은 1조 원만 배정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막연하게 피해가 났다고 호소해 봤자 기획재정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직·간접 피해 피해 규모를 미리 정확히 추계해 법안 설정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기준지가 이하로 실거래가가 형성되는 등 주택·부동산 가치 하락에 1채당 2000만 원 잡아도, 피해액이 어림 잡아 총 4조 원 대에 이르고 대학·종교시설·상가·산업·공장·도로시설과 관광객 감소 등 천문학적인 간접적 피해도 추계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춘 전 사장은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에도 정부는 법이 없자 재난관리법을 불과 20여 일 만에 만들었으며,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당시에도 재난 및 안전관리특별법을 20일 만에 제정했다”며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이라고 밝혀진 만큼 정부가 앞장서 향후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순서다. 황폐화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민 눈물을 닦아줄 법안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또 “‘포항지진 특별법’이 아닌 ‘포항 촉발 지진 특별법’으로 명칭을 바꾸고, 원상 복구 의미의 ‘재건’보다 더 나은 단계를 의미하는 ‘부흥’이라고 했으면 좋겠다”며 “고베대지진을 겪은 일본 고베시도 의료전문도시로 특별히 지원된 만큼 우리도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공모사업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손실 보상 추계 필요성’에도 공감하며, “피해 추계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 공신력을 확보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상당수는 지진 배상금·보상금 지급 신청 기간을 주민 편의를 위해 늘려 주기를 요청했으며, 질의·응답에는 피해 주민과 시민들의 눈높이와 피해 상황을 고려한 법안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봉기 교수는 “포항시민이 지진으로 겪는 심각한 피해에 대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다”며 “국회나 서울역 등에서 현 실정을 전 국민에게 알려 포항지진이 더 이상 포항의 문제, 지역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하고, 국민적 관심사에서도 멀어져선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조언했다.

법학자이기도 한 이국운 교수도 “지진 관련 특별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진상조사가 이뤄져 정부 책임을 명확하게 하면 지진 피해에 대한 배·보상 범위 등을 법안에 명시하거나 부득이하게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에 대비한 피해지원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범대위 관계자는 “이번에 논의된 법률안과 함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특별법안을 발의한 만큼, 조만간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포항지진 관련 특별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 법안들을 종합하면 포항 지진 관련 현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이번 주 내로 산업통상자원부로 보내지면, 산자부는 이를 검토해 국회 산자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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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검찰, 법원 등 각급 기관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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