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병법’으로 유명한 오기(吳起)는 위나라 왕 문후의 참모였다. 문후를 도와 부국강병을 펼친 오기는 오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어 문후를 ‘춘추오패(春秋五覇)’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어느 날 문후가 신하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다. 누구 하나 문후보다 뛰어난 의견을 말하는 신하가 없었다. 우쭐해진 문후는 거드름을 부리면서 의기양양하게 회의장에서 물러났다. 문후의 오만해진 모습을 본 오기는 문후에게 간했다.

“옛날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과 회의를 열었습니다. 장왕 보다 뛰어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무를 끝내고 물러나면서 장왕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공이란 신하가 장왕에게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시대에도 성인은 있었고, 어떤 나라에도 현자가 있는 법인데 성인을 찾아내 스승으로 받드는 자는 왕이 되었고, 현자를 찾아내 친구로 삼는 자는 패자(覇者)가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는 나보다 뛰어난 신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래서야 이 나라 장래가 어찌 되겠느냐”면서 장왕은 유능한 신하가 없는 것을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임금께서는 신하들의 무능을 기뻐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이 나라가 어찌 될까 걱정입니다.

오기의 간언에 문후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했다. 하루는 문후가 오기를 비롯한 신하들과 배를 타고 서하를 건너고 있었다. 강변의 아름다운 경치에 취한 문후가 오기에게 말했다. “정말 훌륭한 풍광이다. 이 험난한 지형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보배가 아니겠는가?” “아닙니다. 나라의 보배는 지형의 좋고 나쁜데 있는 것이 아니고 통치자의 덕이야말로 나라의 보배입니다. 임금께서 덕을 닦지 않으면 이 배에 타고 있는 신하들은 모두 적에게 붙을 것입니다.” 자기를 과신해 오만해진 통치자를 염려한 오기는 문후 면전에서 겸허와 겸손해지기를 직언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낮춰야 하는 경제 난국에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 것은 직언하는 참모가 없기 때문이다. 오기같이 용기 있는 참모가 없는 통치자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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