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소사실은 인정, 당선무효 정도는 아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3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고 기자들에게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13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고 기자들에게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예비후보자 홍보물 등에 정당 이력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3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는 벌금 80만 원의 형이 최종 확정돼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7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교육감은 5개월여간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강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양형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두 판결을 비교해 강 교육감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한방’을 살펴봤다.

△ 위법성 인식 여부

강 교육감은 지난해 3월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선거사무실 벽면에 ‘제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벽보를 부착한 채 개소식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해 당원경력을 표시하고, 4월 30일 당원경력을 게재한 예비후보자 홍보물 10만 부를 찍어 발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월 13일 강 교육감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선거운동 관계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당원경력 표시가 금지된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음에도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선거 전반에서 기획업무를 맡은 피고인의 장남의 경솔 또는 무경험이나 부주의에 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운동 전반에 당원경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미필적인 인식 아래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피고인의 당원경력 표시 사실을 알았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며 고의를 인정했지만, 양형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을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등이 선거사무소 벽면 게시판 작성과 예비후보자 홍보물 배포 당시 당원경력 표시가 지방교육자치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실무를 담당한 장남의 경솔·무경험으로 부주의하게 게시·배포했고, 지난해 5월 3일 후보자 간 정책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지적받고서야 비로소 인식하게 됐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신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선거에 미친 영향·파급효과의 정도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당원경력 표시 행위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의 정도가 결코 작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유권자들에 대한 의사 왜곡의 정도가 가볍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선거 당시 2위 후보와 3만61표 차이로 당선됐는데, 당원경력이 표시된 홍보물이 각각의 유권자 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 교육감이 항소심에 와서 돌연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내놓은 주장을 인정했다. 강 교육감 측은 지방선거 정치활동 경력이 유일한 후보에다 보수성향의 후보로서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경력이 널리 알려져 오히려 악영향을 받았고 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출마 당시 소속 정당 등을 담은 경력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당원경력이 유권자들에게 공개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당원경력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전체 선거구민에게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고, 홍보물 등에 당원경력 표시 이전에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알려져 상당수 선거구민이 알게 됐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선거 전까지 피고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는데, 당원경력 표시 범행이 지지율 변화에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고, 2위 후보와의 표 차이도 적지 않다”면서 “당일까지 후보자 간 지지율 변화 추이와 선거결과에 비춰보면 이 사건 범행이 선거결과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당선무효형을 선고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육감은 항소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재판부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여러 사정을 심사숙고해 결론을 내린 재판부가 대구교육에 헌신할 기회를 주신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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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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