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성인 1003명 대면조사

북한을 적이 아닌 대화와 협력 상대로 보는 시각이 확산했지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줄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남북 대화로 북한에 대한 인식은 좋아졌지만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는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통일연구원(KINU)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5∼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면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19’ 결과(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13일 공개했다.

‘김정은 정권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혹은 ‘다소 그렇다’는 응답의 합계가 2017년 8.8%, 2018년 26.6%, 2019년 33.5%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다소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017년 76.3%, 2018년 48.0%, 2019년 39.2%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응답보다 여전히 높지만,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위 질문과 관계없이 ‘현재 김정은 정권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51.4%로 절반을 넘었다. 2016년 이 문항을 조사에 포함한 이래 처음으로 50%를 상회했다.

‘북한은 적화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37.6%로, 동의한다(28.7%)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응답자의 47%는 ‘북한도 남한과의 갈등보다 평화를 더 원하고 있다’는데 동의했고, 14.1%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40%는 중립적 입장이었다.

연구원은 “2018년부터 일관되게 유지해 온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한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쪽에서 긍정적인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의 72.4%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28.7%만 동의하고, 42.6%가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외교적 수단일 뿐, 정말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에는 41.3%가 동의하고 14.3%가 동의하지 않았다.

또,‘정치·군사적 대결상태에서도 북한과 경제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64.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긍정 의견도 각각 60%, 62.7%로 부정적(19.2%·16.8%) 의견보다 많았다.

그러나 ‘남한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북한이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라는 의견에는 6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65%는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45.4%로 지난해 대비 4.6%포인트 늘었고,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26.3%로 작년(26.7%)과 비슷했다.

‘통일문제’와 ‘경제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해야 한다면 경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70.5%로 통일(8.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구원은 “통일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이제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성취해야 하는 절대적 목표가 아니다”라며 “개개인에게 통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통일 및 대북 정책 운용’에 대해서는‘잘하고 있다’는 비율이 42.3%로 지난해 69.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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