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태 울진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장

계절은 바야흐로 나들이 철이다. 5월이 되면 사람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바다로 산으로 나들이를 나간다. 노랗게 날리는 송홧가루도, 기후변화로 인한 미세먼지도, 봄 햇살의 따스함과 봄 향기의 상큼함에 이끌려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동안 해파랑길 곳곳에는 삼삼오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옥빛 바다를 길동무 삼아 자연과 한몸 되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행락객들로 넘쳐났다. 알록달록 패션은 5월의 푸른 창공, 나무 잎사귀의 신록과 한데 어울려 흡사 가을 단풍산을 연상케 만드는 광경이 펼쳐졌다.

울진해양경찰서 관내 연안에서 발생한 최근 3년간(16~18년) 안전사고는 총 50건으로 44%인 22건이 6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에 집중됐으며, 이 기간에 사망자도 6명이나 된다. 이와 같은 연안사고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바다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내륙지방 사람의 무리한 물놀이와 위험한 해안 절벽이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다 실족하여 추락하거나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에 맞아 바다에 빠지는 등 주로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에 있다. 바다나 육지나 안전사고는 항상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나는 베테랑이니까, 나는 괜찮아’하는 넘치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도 드디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3만 달러의 가장 큰 의미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선진국민인 것이다. 국민소득 외에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척도로 ‘청렴의식’과 더불어 ‘안전의식’이 흔히 거론된다. 그런데, 최근 해양사고의 발생원인만 두고 보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안전의식’은 과연 이에 걸맞게 성숙한 수준인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랜 계획 끝에 가족, 직장 동료와 함께 한껏 부푼 마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준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기 싫은 일이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자료에서도 나타났듯이 안전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또한 사망자도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앞두고 바다를 찾는 국민에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수칙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안전에 안전을 더하면 행복한 추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혼자 행동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스킨스쿠버 활동은 2인 짝 잠수가 기본 원칙이다. 바닷가에서도 2인 이상 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겠다. 사고가 발생하면 동료가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어 2인 이상이 함께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둘째, 자기 구명의식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구명조끼는 생명 조끼임을 인식하고 해양 활동 시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사고 발생 시 119에 긴급신고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배터리는 항상 충분히 충전하고 바다에 빠져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방수팩에 넣어 휴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호루라기와 잘 벗겨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과 장갑, 구명줄, 야간 LED 등도 지참할 필요가 있다. 울진해양경찰서에서는 국민에게 ‘자기 구명의식원칙’(△구명조끼 착용 △휴대폰 방수팩 사용 △119 긴급 신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셋째, 바다에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바다 날씨를 확인해야 한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아침에 고요하다가도 점심때가 되면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고 파도가 밀려오고 안개가 많이 끼어 한치 앞을 구분 못 할 정도로 변덕스러운 날씨가 비일비재하다. 바다 날씨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미리 바다 날씨를 확인하여 해양사고에 대비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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