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엎친데 국제원료 값 상승 덮쳐
저년 동기 대비 5023억 늘어…전기료 인상 압박 목소리 고조

탈(脫)원전 정책의 여파로 한국전력이 1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영업실적을 14일 발표했다.

한전은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6299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1276억원)보다 손실이 5023억 원 더 늘어난 것으로, 증권가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1542억 원 흑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1분기 매출액은 15조24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76억 원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도 7612억 원으로 같은 기간 5107억 원 줄었다. 별도 기준으로 봐도 1분기 영업손실은 2조4114억 원으로 지난 2012년 2분기(2조4185억 원) 이후 가장 나쁘다. 매출액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5조1000억 원, 1조6500억 원이다.

1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원전 이용률의 큰 폭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제 연료가 상승으로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한 것이 영업적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됐다”며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이용률은 75.8%로 전년 동기(54.9%)보다 20.9%포인트 증가했다. 원전이용률 상승 및 발전자회사의 석탄 발전량 감소로 연료비는 4000억 원 줄었지만, 매출 감소로 전기판매 수익이 3000억 원 줄었고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전력 구입비 증가분이 7000억 원에 달한다.

1분기 원전이용률이 1년 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한전의 실적 악화와 탈원전 정책이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이전인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원전이용률은 각각 85%, 85.3%, 79.7%였다. 이 기간 한전의 영업이익은 각각 5조7876억원, 11조3467억원, 12조16억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원전가동률은 2017년(71.2%)과 2018년(65.9%)에 내리막을 걸었고 한전 실적도 급감했다. 2017년 4분기 12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080억 원, 올해 1분기 629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정부 역시 한전 실적 악화의 원인은 ‘탈(脫)원전’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분기 원전이용률이 75%대로 올라오면서 4400억 원 정도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며 “원전이용률은 원전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로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의지에 따라 원전이용률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한전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전기료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상반기 중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해 7월 한전 김종갑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비 등 원가를 콩, 전기요금을 두부에 비유하며 “두부가 콩보다 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1분기 실적 악화로 전기요금 인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은 1분기 실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전기료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2분기 실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전기료 인상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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