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 시어머니와 5남매가 함께 사는 영천 박재영·구사카베 기미코 부부

박재영-구사카베 기미코씨 부부와 시어머니, 5남매의 화목한 모습.
“고향을 떠나 멀리 타국으로 결혼해서 온 외국인 여성들에게 선배로서 잘 정착하고 다문화가정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 아니라 다문화 가족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요”

다문화라는 말이 낮선 15년 전 한국의 남편 박재영(44)씨를 만나 영천에 정착하고 사는 구사카베 기미코(39)씨의 꿈이고 바램이다.

지난 15일 UN이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정한 ‘세계가정의 날’을 맞아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영천시다문화센터를 찾았다.

다문화센터 상담실에 들어서는 그녀의 첫인상은 상냥하고 밝게 웃는 얼굴로 긍정적 기운이 넘쳐나 보인다.

연로한 시어머니와 5남매(4남 1녀)를 낳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작은 키에 가냘픈 몸매를 지닌 30대 후반의 구사카베 기미코씨.

그녀는 영천시 청통면 대정길에서 시어머니(76)와 시누이, 장남 박호성(14), 장녀 혜원(12), 춘성(10), 주성(5), 준성(3)과 함께 8명이 한집에 살며 화목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다.

창원에서 회사를 다니는 남편 박씨와 영천에서 어린이들과 초·중학교 일본어 및 다문화 이해 교육 강사를 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기미코씨는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가 고향인 그녀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천안시에 있는 한 대학교 유학생 시절 남편을 만나 커플로 지내다가 지난 2005년 결혼했다.

기미코씨는 “평소 한국사람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뿐 아니라 한국 사람과 결혼할거라는 주변 얘기에 반감이 없었고 부모님도 반대하지 않아 결혼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남편의 집안이 종손 이었어 제사가 많은 것에 놀랐고 어려웠으며 아이들 키우는데 정신이 없어 결혼생활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특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맑고 밝게 자라줘 고맙고 또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것들도 아이들로 인해 웃으며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고 행복이었다”고 자랑했다.

여기에 “첫째 장남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고 애 어른 같은 반면 딸은 댄스학원 등을 다니며 연예인을 꿈꾸는 소녀이지만 여자아이로서 동생들을 잘 보살펴준다”며 자식 자랑을 더했다.

잠시 숨을 돌린 기미코씨는 결혼하고 5남매를 낳아 키우며 정신없이 살기 바빠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한 추억이 없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씨 부부는 큰 마음을 먹고 결혼 1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일본 가족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녀온 이들 부부는 앞으로 1년에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다니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

구사카베 기미코씨는 2015년 경주 동국대학교 일본어 강사를 시작으로 영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 다문화 이해교육을 가르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TBC 우리 며늘아 노래자랑대회에서 인기상을 수상하는 한편 올해 4월 열린 영천시민체육대회에서 다문화가정을 대표해 성화봉송 주자로 뛰는 등 지역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구사카베 기미코씨는 영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5남매를 낳아 키우는 다자녀가구로 또 화목한 가정을 일구어 나가는 다문화가정으로서 모범이 되고 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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