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9시 24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 별관에서 화재가 났다. 경찰이 방화 용의자로 지목한 A씨의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26명의 부상자를 낸 대구 인터불고 호텔 방화범은 마약범죄로 최소 3회 이상 처벌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수성경찰서는 15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마약 간이검사 등을 진행해 마약 투여 여부를 확인할 예정으로, 마약투여가 확인되면 즉각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방화범 50대 남성 “내가 불냈다”…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묵비권 행사’

A씨(56)는 15일 오전 9시 20분께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 별관 1층에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화재 발생과 함께 검거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방화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경찰이 확보한 호텔 폐쇄회로(CC)TV에서도 A씨가 별관 1층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지르는 장면이 찍혔다. 방화 범죄를 저지르던 중 손으로 불이 옮겨붙으면서 놀라 달아나는 모습도 함께 담겼다.

경찰은 A씨가 호텔에 몰고 온 차량에서도 휘발유가 들어 있는 2개의 기름통을 발견, 관련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A씨가 범죄에 이용한 기름통이 실렸던 차량은 지인의 차량으로 경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대구가 아닌 경북지역으로 확인됐으나 실제 주거지는 일정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A씨가 입을 굳게 닫고 있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신체와 주거지,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발부받고 16일까지 마약 간이검사 등을 통해 투여 사실이 확인되면 즉각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수차례 소변검사를 시도했으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는데, 16일 오전부터 다시 마약 투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현재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에서 마약을 했을 경우 마약류 관련법 위반 혐의도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A씨가 입을 굳게 다물어 추가 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다”며 “호텔 카지노를 이용한 여부 등을 추가 조사로 파악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대구 인터불고 화재 투숙객 41명 생명에 지장 없어…‘초동 조치’ 덕분.

인터불고 호텔 별관 1층에서 발생한 불은 40여 분만에 꺼졌다.

인터불고 호텔 별관은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전체면적은 약 2만㎡에 달한다. 객실은 총 115개다.

화재 당일에는 25개 객실에 41명의 투숙객이 머물러 자칫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대형 사고를 막은 것은 호텔 소속 시설관리 직원들의 적극적인 초동조치 덕분이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호텔 주변을 순찰하던 시설관리 직원 2명이 투숙객들 대피시키고, 건물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벌여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객실에서 투숙 중이던 41명 가운데 4명이 스스로 대피했고, 37명은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

대피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22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웨이항공 승무원도 대피, 중기중앙회 행사 지연 등 피해 잇따라.

화재 당시 인터불고 호텔 별관에는 티웨이항공 승무원 등 관계자 24명이 투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함께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직원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티웨이항공은 승무원 일부는 동남아 등 국제선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건강이 우려돼 대체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승무원들이 많이 놀란 상황인데, 휴식하다가 심신이 회복되면 차례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도 인터불고 호텔 본관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지연되는 등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행사는 박준훈 대구지방조달청장을 초청해 조달행정 운영방향을 청취하고 중소기업 조달 관련 애로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사 관계자는 “화재 발생과 함께 호텔 내 차량 출입이 통제되면서 참석자들이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일정이 조금 지연되긴 했지만, 행사는 무사히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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